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미국 부동산시장 과열… 한국, 기업가 정신 멈춰 있어"

입력 2018-01-07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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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국경제학회

현장인터뷰

"미국 증시 고평가돼… 조정 불가피"



[ 김현석 기자 ]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가 “미국 증시는 (기업 주가가) 비싸고 취약하며 부동산 역시 과열돼 있다”고 경고했다. 9년째 확장 중인 미국 경기는 언제든 침체로 접어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덧붙였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 교수는 2000년 닷컴기업 거품과 2005년 주택가격 거품을 예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러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주가가 잠시 더 올라갈 수 있겠지만 너무 고평가돼 있어 결국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증시의 변동성은 작지만 위험한 시기”라며 “투자한다면 미국보다 세계 증시에 분산 투자하라”고 주장했다.

실러 교수는 그 근거로 미 증시의 경기조정주가수익률(CAPE)이 33배로 26개국 증시 중 가장 높다는 점을 내세웠다. CAPE는 그가 10년 이동평균 실질주가수익률로부터 주가가 얼마나 뛰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로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 CAPE가 30을 넘은 것은 1929년 대공황과 2000년 전후 닷컴기업 거품이 꺼졌을 때였다.

실러 교수는 “미국 증시의 또 다른 위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최근의 증시 상승이 자신의 업적이라며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데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1920년대 경제에 무지해 대공황을 촉발한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과 비교했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편에 대해서도 “경기를 조금 부양할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실러 교수는 미국 부동산시장의 거품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그는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지수가 연 6.2%에 달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낮은데도 그렇게 높은 건 거품”이라고 진단했다. “이미 지수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을 넘어섰다”며 “한두 해는 몰라도 그 이상 더 가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케이스실러지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로 역시 실러 교수가 고안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경기가 오랜 기간 확장해 왔으며, 올해 어느 순간에라도 갑자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선 “북한 문제가 단기 전망을 흐리고 있다”며 “기업가 정신이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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