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급 비서, 인턴 중에서 선발' 약속 깨고 외부서 뽑는 국회의원들

입력 2018-01-07 20:21   수정 2018-01-08 18:59

인턴 대량 해고 막겠다더니
이은재·김성식 등 "인턴 없어…권고 사항일 뿐"
외부인력 채용 공고

채용서류 접수 않겠다더니
국회사무처 "일률적 관리 어렵다"
강제규정 두지 않아 논란 자초



[ 배정철 기자 ] 인턴 직원의 대량 해고를 막기 위해 국회의원 1인당 두 명씩 운영되는 인턴직을 한 명으로 줄이고 장기근로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의 입법 취지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8급 비서직 신설 합의’에서 “반드시 근무하고 있는 인턴 중에서 정규직으로 선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사무처에서 인력 채용 접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외부에서 8급 비서를 선발하는 의원실이 잇따르고 있어 ‘꼼수 증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8급 비서 외부에서 선발 잇따라

7일 국회 채용시스템과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의원실 8급 비서 신설 관련 법안이 시행된 지난달 12일 이후 자유한국당 이은재·신상진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실 등이 8급 비서를 선발하는 공고를 게시하고 채용을 완료했다. 이은재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실은) 인턴이 없어서 8급 보좌 직원을 외부에서 뽑을 수밖에 없었다”며 “사무처에 물어보니 ‘(인턴 전환은)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성식 의원실 관계자도 “원래 있던 인턴 한 명은 군대에 가고, 다른 한 명은 채용 요건을 채우지 못해 8급 비서를 새로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신상진 의원실은 지난달 21일 ‘8급 비서(지역 근무)’를 선발하는 공고를 냈다. 해당 공고에 따르면 채용된 8급 비서는 국회의사당 근무가 아니라 신 의원의 지역사무실(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행정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8급 비서 신설이 의원의 지역구 관리에 쓰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마다 사정이 달라서 인턴을 전환한 곳도 있고 안 하는 곳도 있다”며 “채용 방식은 우리처럼 공고를 내서 뽑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 “채용 확인할 방법 없어”

사무처는 지난해 11월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협상 당시 8급 신설에 대해 “근무하고 있는 인턴 중에서 정규직을 선발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무처에서 인력 채용 서류를 접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무처는 각 의원실의 8급 비서를 인턴에서 선발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처 관계자는 “장기근무한 인턴을 8급으로 채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의원실별로 사정이 달라서 선발 과정을 일률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8급 비서직 신설 당시 두 명의 인턴 중 한 명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는 강제 규정을 두지 않고 의원 재량에 맡겨둔 탓에 채용 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의원 재량이 크기 때문에 인턴과 9급 비서직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인턴을 8급 비서로 채용하거나, 기존 9급 비서를 8급으로 승진시킨 뒤 인턴을 9급으로 채용하는 것 역시 의원 재량이기 때문이다. 인턴직들은 “8급 자리는 당연히 인턴으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9급 비서 정규직원들은 “신설 8급직은 9급 비서가 받아야 한다. 8급은 인턴 것이 아니다”며 감정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8급 비서를 ‘아예 뽑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8급 비서를 임기 동안 추가로 뽑지 않겠다”며 “임기 동안 임금 인상분을 따로 모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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