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아이패드 탑재
안면인식 부품 확보 절실
카메라모듈 설비투자에
LG이노텍, 8737억 투자
애플 '선결제 방식' 지원
[ 노경목 기자 ]
8일 전자업계의 눈길은 LG이노텍의 신규 설비 투자 공시에 쏠렸다.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 및 신기술 모듈 사업’에 8737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LG이노텍은 작년에도 1조1400억원의 설비투자를 해 올해도 이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 비밀은 지난해 11월 이뤄진 박종석 LG이노텍 사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에 있었다. 이 자리에서 팀 쿡 CEO는 LG이노텍의 3D 센싱 모듈 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결제 나선 애플
팀 쿡 CEO가 박 사장을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 새너제이로 불러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LG이노텍은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애플에는 수백 개 부품 공급업체 중 하나에 불과하다. 평소에는 애플 측 구매 담당 임원이 주로 박 사장과 전화통화를 주고받는다. 팀 쿡 CEO가 갑자기 박 사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가을 출시된 아이폰Ⅹ(텐)부터 적용되고 있는 3차원(3D) 센싱 모듈 때문이다. 3D 센싱 모듈은 아이폰Ⅹ의 중요 경쟁력인 안면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아이폰Ⅹ 출시 직후 일시적으로 해당 부품 공급이 어려움을 겪으며 아이폰Ⅹ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애플은 올해 출시될 스마트폰 신규 모델 3종과 아이패드에도 3D 센싱 모듈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해당 부품 확보가 절실하다. 이 같은 사정과 신규 설비 투자 자금이 충분치 않은 LG이노텍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애플의 자금 지원 결정이 이뤄졌다. 양측은 두 CEO의 만남 뒤 구체적인 자금 지원 규모 등을 놓고 협의를 벌여왔다.
지원 방식은 애플이 미래에 구매할 3D 센싱 모듈을 선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LG이노텍이나 LG디스플레이 등 부품 협력사의 설비 투자를 지원할 때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어떤 제품 만드나
설비 투자에서 양산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 카메라 모듈 사업의 특성상 이번 투자에 따른 실적 상승 효과는 올 3분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LG이노텍이 지난해 ‘신기술 모듈 사업’ 명목으로 투자한 돈은 2697억원으로 이번 투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의 3D 센싱 모듈을 신규 생산할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3500만 대였던 애플의 3D 센싱 모듈 수요량이 올해 1억4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D 센싱 모듈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 LG이노텍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전 분기 대비 90% 늘어난 2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3D 센싱 모듈 적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해당 부품을 중심으로 한 LG이노텍의 실적 호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이폰 3D 센싱 모듈은 적외선을 얼굴에 쏘아 되돌아온 깊이와 사진을 대조해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한다. 어둠 속에서도 얼굴의 모습을 식별할 수 있는, 빔을 비추는 ‘투명 일루미네이터’와 3000개 이상의 적외선이 얼굴을 비추는 ‘도트 프로젝터’로 구성된다. LG이노텍은 샤프와 함께 관련 부품들을 애플의 2차 협력사에서 받아 3D 센싱 모듈을 조립한다. 애플은 스마트폰 전면에 장착돼 얼굴 인식 기능으로만 사용되는 3D 센싱 모듈을 스마트폰 뒤쪽에도 추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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