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의 마법?… 재건축 연한 도달한 강남·송파 아파트 값 '급등'

입력 2018-01-09 17:05   수정 2018-01-10 05:08

재건축 재료로 연초 집값 상승 주도
송파 올림픽선수촌 9억→13억
목동·서초 일대 아파트도 '들썩'

"너무 빠른 집값 반영" 지적도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 사업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 설지연/김형규 기자 ]
올 들어 준공 30년을 전후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서초구 삼풍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재건축 기대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재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에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아 재료가 지나치게 빨리 집값에 반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년차의 마법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준공 30년차에 접어드는 곳은 67개 단지, 7만3000여 가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53개 단지, 6만4000여 가구가 강남3구와 노원·양천구 등에 몰려 있다.

송파구에서는 6곳, 1만2397가구가 재건축 연한을 충족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다. 1988년 서울올림픽 참가선수들의 숙소로 사용된 이 아파트는 122개동 5540가구 규모다. 오는 6월이 지나면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넘어선다.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연한을 채우는 즉시 안전진단을 받고 하반기께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서울시 심의를 받을 계획이다. 재건축을 통해 1만1900여 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단지는 현재 용적률이 137%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해 용적률도 300%까지 받을 수 있다. 재건축 연한이 되면서 가격도 뛰고 있다. 전용 83㎡는 지난해 초 9억원 선에서 지난해 8월 12억6000만원까지 거래되며 12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같은 평형이 13억~13억80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준비위는 당초 3.3㎡당 38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한 예상 일반분양가를 4200만원으로 올렸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대부분 주택형이 작년 초 대비 2억원 이상 올랐다”며 “매물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문의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도 올해 12월이면 준공 30년이 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추진준비위원회 구성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억원에 거래된 전용 84㎡는 지난달 말 11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최근엔 12억~12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에서도 올해 12·13단지를 비롯해 8~14단지가 차례로 재건축 연한을 채운다. 총 1만3751가구가 재건축 대상이다. 양천구청이 공개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현재 최고 15층 2만6629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는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5만3375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지난해 2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된 목동7단지 전용 66㎡는 7월 9억5000만원 안팎으로 오르더니 지난달 말 10억4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10억5000만~10억6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작년 초 8억7000만원에 거래된 13단지 전용 98㎡도 지난해 말 11억원에 매매됐다. 현재 호가는 12억~12억5000만원에 달한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주공아파트도 올해 일제히 준공 후 30년이 된다. 보람아파트(3315가구)를 비롯해 주공4단지(2136가구), 주공6단지(2646가구), 주공7단지(2634가구), 주공16단지(2392단지) 등 2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많다. 상계동 B공인 관계자는 “30년을 충족한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 내놓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칫국 마시기?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구역 지정에서 준공까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 걸린다. 구역지정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2.8년, 사업시행인가에서 관리처분인가까지는 2.3년, 관리처분인가에서 착공까지는 1.9년, 착공에서 준공까지는 3.6년의 기간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또 예상하지 못한 법정 투쟁이나 조합원 갈등, 시공사 선정이나 분양 지연 등으로 사업이 멈춰서는 경우도 흔하다.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소유자 동의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사업은 약 7~10년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단지는 가구 수가 많다는 점이 변수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거 만족도가 높은 편이어서 주민 동의 요건을 쉽게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 재건축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구단위계획 마련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목동 1~3단지의 종상향 문제도 변수다. 양천구청은 서울시와 협의해 올 하반기 목동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안전 진단, 조합 설립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중간에 재건축 연한이 강화될 수도 있다”며 “재건축 기대만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연한이 도래했다고 바로 사업을 본격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재건축은 대지 지분이 작고 소형이 많아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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