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계약서를 바꿨다. 중소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커질 경우 거래 유통기업에 납품가격 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납품가 조정 신청이 있으면 유통업체는 의무적으로 협의를 해야 하며, 합의가 안 될 경우 공정위 산하 분쟁조정협의회가 조정을 맡기로 했다. 청와대는 영세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으로 상가임대료 억제를 지목했다. 이낙연 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발 생활물가 상승’에 적극 대처하라고 기획재정부 등에 지시했다.
정부가 전방위 대책에 부산해졌지만, ‘최저임금 대란’은 임금·가격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 따른 필연적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호소와 감시’건 ‘단속과 처벌’이건 시장을 거스르는 처방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가임대료가 영세한 사업자들에게 더 큰 압박요인이라는 지적도 중소기업계의 절규와는 거리가 있는 진단이다. 올해 주유소 1000곳이 ‘셀프 주유소’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만 봐도 임대료와 직접 상관이 없는 경제 현장의 생존 몸부림이 허다하다.
졸속 결정이 무리를 낳고, 무리한 정책이 또 다른 억지를 부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고용부가 5000개 사업체를 골라 집중점검을 하고 형사처벌도 불사하겠다는 5대 업종도 대부분 경제적 약자 간에 대립이 빚어지는 곳이다.
무리한 임금 인상 부담이 모든 소비자에게 무차별로 넘어간다는 사실도 직시해야 한다. 가격 개입과 원가 간섭, 시장 참가자 간 대립구도 조성으로는 최저임금 후폭풍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위해 3조원의 예산을 책정해둔 터에 더 이상의 재정 동원은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 올해 인상폭 16.4%의 재조정이 어렵다면, 최저임금 계산방식(산입범위)이라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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