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공무원들 일하는 스타일이 참….”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탄식부터 내뱉었다. 어린이집,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를 검토 중인 교육부를 향해서다. 그는 “정책을 내놓을 땐 현장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와 부작용 등에 대한 고민을 한 뒤에 해야 하는데 위에서 결정하면 무조건 하는 식”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여당의 경고장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취임 이후 벌써 두 번째다. 작년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다 역풍에 시달렸다. ‘국민정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교육부는 결국 ‘1년 유예’로 후퇴했다. 유치원 영어수업 논란도 민주당에서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으니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통은 문재인 정부를 지탱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 직속의 교육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범 회의 때 김 부총리 일성도 소통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교육부는 ‘불통’ 논란의 도마에 오르고 말았다. ‘40대 교장’이 학교를 혁신한다는 명분으로 교장공모제 확대를 예고 없이 발표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적으로 만들었다. 직업계고교 학생의 조기 취업을 단칼에 없앤 것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현장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는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거냐”며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될까. 교육부 안팎에선 ‘이상론’을 첫손에 꼽는다. 한국 교육 문화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은 채 핀란드나 독일의 교육 모델을 일방적으로 이식하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의 경기교육감 시절부터 측근으로 일해온 이들이 대거 교육부에 입성해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잡음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교육부의 기존 관료들이 스스로를 ‘셰퍼드’ 신세라고 푸념할 정도다.
김 부총리가 교육혁신에 성공한 장관으로 기억되려면 ‘불통’ 논란부터 해소해야 할 것 같다.
박동휘 지식사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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