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실적 언제까지…
가파른 원화 강세가 부담
작년 4분기에 5000억 날려
[ 노경목 기자 ]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작년만 못하리라는 것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2016년 6월부터 숨가쁘게 가격이 오른 데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처인 모바일과 PC 제조업체들이 부품값 상승에 따른 ‘가격저항’에 시동을 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자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 호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 효율이 꾸준히 높아지면서 생산원가는 낮아지는 반도체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2세대 D램 양산이 단적인 예다. 똑같은 10나노급이지만 2세대의 생산성은 1세대 대비 30%가량 좋아졌다. 예를 들어 1세대 제품을 제조할 때 한 개의 웨이퍼에서 100개의 D램을 만들었지만 2세대에서는 130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생산기술이 발전하면 D램 가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수익률은 높아진다.
최신 설비 비중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따라서도 수익성이 달라진다. 미세화 기술이 10㎚대에 이르렀더라도 일부 제품만 해당 기술로 만들고 20㎚나 30㎚ 설비로 만들어내는 제품이 다수면 수익성 개선은 한계에 부딪힌다. 삼성전자는 10㎚ 기술로 생산하는 제품 비중을 꾸준히 높여 최근에는 고객이 주문하는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10㎚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D램 가격이 작년 2분기 수준인 3.09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수익성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사실상 과점체제에 진입한 만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세공정을 통한 삼성전자의 수익성 개선 속도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감소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예상을 뛰어넘는 원화 강세가 실적 증가세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삼성전자 반도체의 4분기 영업이익은 12조원으로 예상됐으나 9일 발표된 실적을 기준으로는 11조원 안팎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 초 2년8개월 만에 106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이 국내에서 만들어져 환율 하락(원화 강세)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가 실적을 발목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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