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15) 퇴근 없는 육아…엄마가 된 후 가장 절망적인 상황은?

입력 2018-01-10 09:00   수정 2018-01-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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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의 나는 1주일에 최소 4일은 약속이 있었다.

친구를 좋아하는 내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 모임, 동아리 정기모임, 이직한 동료들과의 각종 모임은 주기적으로 돌아왔으며 연애까지 하느라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약속에 파묻혀 지냈다.

나의 오지랖과 사교성(?)은 오죽했으면 맹장수술한 뒤 한 병실에 있던 입원 동기들과도 모임을 짜서 만날 정도였다.

음주가무 중 특히 음주를 즐기지만 술을 많이 마신 다기보다는 술자리에서 수다 떠는 것을 매우 즐기고 사랑하던 나.

미혼 때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녹초가 돼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는 것도 귀찮았는데 지금의 나는 슈퍼우먼처럼 퇴근해서 아이들 밥을 뚝딱 차려주고 청소기를 돌리고 가끔은(?) 빨래도 한다.

그때는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 가지고 왜 그렇게 힘들다고 투덜거렸는지... 퇴근 후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워킹맘이 된 지금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두 아이를 낳고 1년, 5개월 각각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 동안 공백기를 갖다 보니 친구들과의 약속이나 술자리도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안 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생일 안 챙기면 난리 나는 줄 알았던 절친들과도 1년에 한 번 보면 다행일 정도다.

미혼 때 회사 송년모임에서 '맥주 500cc 빨리 마시기 대회' 여성부 1위를 당당히 차지하며 인생의 큰 타이틀(?)을 얻은 나지만 결혼 후 일하랴 육아하랴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한가하게 퇴근 후 만나 맥주 잔을 기울이는 것은 사치에 가깝게 느껴졌다. (맥주 대회 1위를 한 꼬리표는 아직도 나를 따라다니고 있지만 지금의 나는 20대 중판의 팔팔한 내가 아니다)

두 아이와 육아전쟁을 치르다 오래간만에 나간 모임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시간은 어느덧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함께 있던 동료는 걱정스러운 듯이 "아이 엄마가 이 시간에 안 들어가도 괜찮아? 집에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었다.

아이가 잘 자고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몇 달 만의 약속인데... 싶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괜찮아. 애 엄마는 약속을 자주 잡을 수 없으니까 나온 김에 놀아야 돼. 지금 들어가도 어차피 애는 자고 있을 텐데 11시에 집에 가나 1시에 집에 가나 마찬가지 아니야?"


적절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밤 외출 기회가 매우 드문 내게 딸린 아이들을 잊고 즐기는 시간은 너무도 흥겹기만 하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간만의 밤 외출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즐거움도 잠시. 음주후 다음날 12시까지 잘 수 있던 미혼 때와 달리 내 옆에는 7시면 귀신같이 일어나서 내 얼굴을 꼬집고 깨우는 아이들이 있다.

어린이집 가는 날은 그렇게 깨우기가 힘든 아이들이 왜 주말에는 절대 늦잠도 자지 않고 새벽이면 귀신같이 일어나는 걸까.

귀가한지 3~4시간 밖에 안됐는데 내 몸을 타고 넘어 다니고 펄쩍펄쩍 뛰는 아이들을 느끼며 잠에서 깨는 순간 현실의 애 엄마로 돌아온다. 숙취에 시달리면서 죽은 척을 해보지만 아이들에게 자비란 없다. 아무리 죽은 체하며 아이들이 지루해서 날 버리고 가버리기를 기다려보지만 그런 행운이 일어날 리 없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숙취에 시달릴 때도 아이들을 변함없이 사랑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도 기를 쓰고 일어나 허공을 걷는 기분으로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아이들이 만족해서 나를 잠시 쉬게 놔둘 때까지 놀아줘야 한다. 왜 이런 날은 어김없이 아이들 친구 엄마와 점심 약속이 또 잡혀 있는건지. 워킹맘이지만 딸 친구 엄마들과 친분도 쌓아야 하는 내게 숙취를 티내지 못하는 이 시간은 정말 더디게만 흘러간다.

완벽한 육아를 꿈꾸지만 완벽하게 불완전한 워킹맘의 일상 중 가장 힘든 날은 바로 술 마신 다음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를 엄마가 매일 재우지 못할지라도 우리의 방식을 통해 아이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의 안정감을 준다면 가끔씩은 애 엄마도 밤 외출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어떨까. 육아 장기전에서 승전보를 울리려면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육퇴 후 즐기는 맥주 또는 차 한 잔의 여유가 꼭 필요하다.


추신.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어떤 이유에서든 혼자 육아를 도맡고 있는 분들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얼마나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인지 꼭 알길 바란다. 가끔 육아 에세이를 보고는 '아빠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려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 하지만 난 내 이야기를 쓰기에만도 바빠서 남편의 육아 이야기 편을 돌아볼 여유가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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