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소치올림픽 수모 딛고 금빛 질주 나선다

입력 2018-01-10 16:11   수정 2018-01-10 16:17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여정이 본격 시작됐다.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건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이번 올림픽은 특히 사상 최대 규모인 15개 종목, 10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인기 종목인 쇼트트랙의 경우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노메달’ 의 수모를 씻는 금빛 질주를 선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기록 아닌 순위싸움

쇼트트랙의 정식 명칭은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북미 지역에서 인기를 끈 스피드스케이팅 경주가 시초다.

쇼트트랙은 1988년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올림픽부터는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대표적인 경기로 떠올랐다.

선수들은 길이 111.12m인 타원형 트랙을 돌면서 기량을 겨룬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매 경기 상위 2~3명만 다음 출전 기회를 보장받는다.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한 이유다.

여러 선수가 순위를 다투는 만큼 힘보다 기술이, 지구력보다 순발력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빠른 출발과 팀플레이, 경기운영 능력 등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람객은 경기 흐름이 빨라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볼 수 있다. 결승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막판 스퍼트는 백미로 꼽힌다.

남자 쇼트트랙은 1992년 1000m와 5000m 계주로 시작됐다. 이후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올림픽 당시 500m가 추가됐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선 1500m가 생겨났다.



◆ 곡선주로 싸움이 승패 좌우

쇼트트랙은 2인1조 편성의 스피드 스케이팅과 달리 여러 명(3명 이상)이 한꺼번에 출전하는 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친다. 남녀 총 8개 종목에 메달이 걸려 있고 남자 경기는 개인 500m, 1000m, 1500m 및 계주 5000m 등 4개 종목이다.

개인전 500m와 1000m는 보통 4명이, 1500m는 6~8명이 한 조에서 동시에 출발한 뒤 골인한 순위로 2~3명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단체전인 계주는 국가별로 4명씩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펼쳐 2팀~3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짧은 트랙에서 동시에 여러 명이 경기를 펼치는 만큼 약간의 몸싸움은 허용된다. 다만 상대 선수를 밀치거나 진로를 방해하면 실격 처리된다. 몸싸움 과정에서 피해를 본 선수는 예선에서 탈락되더라도 어드밴티지 룰이 적용돼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받기도 한다.

코스가 짧고 출전 선수가 많아 직선주로보다는 곡선주로 싸움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폭발적인 순간 스퍼트와 상대 선수를 견제하는 팀플레이, 코너링 기술 등을 앞세운 경기 운영 능력이 승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기대주부터 실력자까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다시 시동을 건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단 한개의 메달도 따지 못한 결과를 설욕한다는 각오다. 또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인 만큼 세계 최강 타이틀을 되찾아 온다는 목표다.

이번 대표팀은 기대주와 실력자로 구성돼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임효준은 남자 쇼트트랙 최고의 유망주로 꼽힌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정수, 박세영 등 쟁쟁한 주축 선수를 모두 제쳤다.

임효준은 어린 시절 부상과 재활에 매달렸다. 오른발 정강이뼈와 발목 골절, 허리와 손목 등 큰 부상이 잦았다. 그러나 힘든 시기를 이겨내면서 그는 성장했다.

대표팀에 승선한 뒤 지난 9월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차 월드컵 개인전 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내는 등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서이라는 출중한 기량을 갖춘 실력자다. 그는 1000m, 1500m가 주 종목이며 몸싸움에서 버티는 힘이 상당히 좋다. 수준급 출발 능력도 장점이다.

이와 함께 대표팀 막내 황대헌도 눈여겨봐야 할 선수다. 황대헌은 강한 체력과 속도를 바탕으로 1500m 등에서 메달을 노린다.

◆ 세계선수권 우승 서이라 '다완광' 노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방위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황대헌(18·안양 부흥고) 임효준(21·한국체대) 김도겸(24·스포츠토토) 서이라(25·화성시청) 곽윤기(28·고양시청) 등 5명이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 출전한다. 맏형 곽윤기를 제외한 4명의 선수는 모두 이번이 올림픽 처녀 출전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로는 국가대표 에이스(간판선수)로 자리매김한 서이라가 꼽힌다. 서이라는 지난해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2017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000m 금메달을 따내는 등 개인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평창 대회에선 주 종목 1000m, 1500m 등에서 다관왕을 노린다.

해외 선수로는 러시아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안현수(32·빅토르 안)가 가장 관심을 모은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출전한 소치 대회에서 안현수는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이밖에 중국의 차세대 단거리 유망주 우다징(중국)과 베테랑 찰스 해믈린(캐나다) 등이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특히 우다징은 작년 2월 일본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500m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김정훈·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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