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이상화·김보름 '금빛 질주' 펼칠 女스피드스케이팅

입력 2018-01-10 16:27   수정 2018-01-12 07:23

0.001초 차로 승부 갈리는 속도전의 세계
빙속강국 네덜란드… 평창선 한일전 관심



하계올림픽에 양궁이 있다면 동계올림픽에는 쇼트트랙이 있었다. 1992년 알베르빌에서 김기범이 금메달을 목에 건 이래 쇼트트랙은 한국의 금밭이었다. 111.12m짜리 트랙을 빙글빙글 도는 이 종목의 정식 명칭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또 다른 하나가 400m 타원형 트랙을 시원스레 질주하는 롱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통칭 스피드스케이팅이다.

그중 한국 선수들이 잘하는 종목은 쇼트트랙이라고만 생각했다, 2010년 밴쿠버 전까지는. 밴쿠버올림픽은 ‘터닝 포인트’였다. 이상화와 모태범이 남녀 500m, 이승훈이 남자 1만m에서 한꺼번에 금메달을 따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 쇼트트랙만 있는 게 아님을 대중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평창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주목할 한국 선수로는 이상화와 김보름이 첫 손에 꼽힌다. 각각 단거리와 장거리의 금메달 유력 후보다. ‘빙속 여제’ 이상화는 500m 3연패 위업에 도전한다. 김보름은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을 노린다.

◆ 속도의 진검 승부…매스스타트 '첫 도입'

평창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스피드스케이팅을 이 같이 소개한다. △두 명의 선수가 400m 트랙 위에서 속도를 겨루는 빙상 경기 △인코스와 아웃코스로 구분되며 2인1조의 주자가 1주 할 때마다 정해진 교차구역에서 서로 활주로를 바꿈 △남녀 총 14개 종목 진행.

쇼트트랙이 상대적 순위가 중요한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절대적 속도에 집중한다. 조별 5~6명씩 출전해 눈치싸움과 경기 운영전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쇼트트랙에 비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단순하다. 한 조에서 두 명이 각자 트랙을 탄 뒤 기록을 잰다. 0.001초 차로 순위가 갈리는 속도의 진검 승부다.

남녀 각 7종목씩 치러져 동계올림픽 개별 종목 중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은 500m, 1000m, 1500m(이상 단거리), 3000m, 5000m(이상 장거리), 팀 추월 및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린다. 팀 추월은 3명씩 이룬 두 팀이 반대편에서 동시에 출발해 6바퀴를 돌아 승부를 가르는 단체전이다. 평창올림픽부터 선보이는 매스스타트는 개인별 레인 없이 최대 24명이 동시 출발해 트랙을 16바퀴 도는 게임으로 쇼트트랙과 비슷한 면이 있다.


◆ '코스 갈아타기' 규칙 어기면 실격 처리

‘코스 교대’ 규칙은 매우 엄격하게 적용된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코스를 배정받아 출발한 뒤 한 바퀴 돌 때마다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서로 바꿔야 한다. 곡선 주로인 코너를 돌 때 거리가 짧은 인코스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볼 수 있는 코너 입구의 고깔 모양 표식은 코스 교대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표식을 지나서도 신체가 다른 코스로 넘어가면 실격 처리된다. 레이스에 집중하면 선수들도 헷갈릴 수 있다. 따라서 장거리에선 코치가 코스 안쪽 웜업 트랙에서 선수를 따라다니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인코스를 두 번 타면 실격 처리된다. 8년 전 밴쿠버올림픽 남자 1만m에서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이승훈에 금메달을 내줘야 했던 케이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 이상화 3연패, 김보름 초대 챔피언 노려

간판 이상화는 밴쿠버와 소치의 영광을 평창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만만찮은 호적수가 나타났다. 엄청난 상승세의 고다이라 나오(일본)다. 고다이라는 2017~2018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를 포함해 국제대회 500m에서 15연승을 달렸다. 최근 들어 이상화도 번번이 고다이라에 막혔다. 이번 시즌 월드컵 1·3·4차 대회에서 고다이라에게 뒤져 모두 은메달에 그쳤다. “고다이라를 넘어라.” 이상화의 최대 과제다.

김보름은 사연이 남다른 선수다. 또래보다 한참 뒤인 초등학교 5학년 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었다. 쇼트트랙으로 시작해 고교 2학년이 되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무모한 도전을 거듭한 이 늦깎이 선수에게, 쇼트트랙을 접목시킨 매스스타트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매스스타트를 주종목으로 삼은 김보름은 2016~2017시즌 ISU 월드컵 종합랭킹 1위에 오르며 금메달 전망을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부쩍 심해진 집중 견제를 어떻게 뚫느냐가 관건이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이상화와 김보름을 필두로 김현영 김민선 박승희(이상 단거리) 노선영 박지우(이상 장거리)로 꾸려졌다. 김현영은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017년 알마티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500m 금메달을 딴 실적이 있다. 고교생 김민선은 ‘포스트 이상화’로 주목받는 유망주다. 주최 측 실수로 기록(37초70)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9월 열린 대회에서 이상화의 500m 세계주니어 기록을 10년 만에 깼다.

이상화·김현영은 500m와 1000m 두 종목에 출전하며 김민선은 500m, 박승희는 1000m 경기에 각각 나선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와 팀 추월, 노선영·박지우는 단체전인 팀 추월에만 출전한다. 2013년 이상화가 작성한 500m 세계 기록(36초36)이 언제까지 갈지도 볼거리다.

◆ '여자 한일전' 예고…전통 강호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전통의 강호는 네덜란드다. 등록 선수만 100만명에 달해 저변이 넓다. 역대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냈다. 소치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 12개 중 8개를 가져갔다. 이번 대회에는 대만과 콜롬비아가 스피드스케이팅에 처음 출전해 역대 최다인 27개국 선수가 참가한다.

평창에선 치열한 ‘여자 한일전’이 벌어진다.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승부가 대표적이다. 1000m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고다이라는 500m도 지난달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36초53)하며 이상화를 제쳤다. 평창에선 내심 36초1대 기록을 목표로 잡았다고. 이상화의 세계 신기록을 깨면서 금메달 안정권에 드는 구상이다. 한국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1500m는 일본의 다카기 미호가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이번 시즌 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이 종목 금메달을 휩쓸었다.

김보름의 라이벌도 일본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 ISU 월드컵 1차 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사토 아야노에게 돌아갔다. 지난 시즌 최강자였던 김보름은 올 시즌 1~4차 대회에서 동메달 한 개 수확에 그쳐 페이스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일본은 팀 추월도 최근 열린 4차 대회에서 2분50초87로 우승, 네덜란드가 보유한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승세를 과시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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