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데이터가 돈 된다"
코닥 블록체인 플랫폼서 사진 올리고 내려받으면
'코닥코인'으로 주고 받아
금융사에 이어 제조업체도 가상화폐 기술 신사업 도전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비트코인 사기 발언 후회"
[ 허란/박신영 기자 ] 가상화폐 시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격거품 논란에도 가상화폐가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진입하고, 금융권 중심으로 송금·결제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는 가운데 대기업까지 가상화폐 플랫폼 사업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자체 가상화폐 개발에 나선 중앙은행도 있다. 한국은 발행시장과 거래시장을 강도 높게 규제해 대조적이다.
◆가상화폐 플랫폼 사업 ‘러시’
130년 전통의 필름업체 코닥이 9일(현지시간) 선보인 블록체인 플랫폼 ‘코닥원’은 사진작가의 이미지 저작권을 암호화 방식으로 분산 관리하는 사업모델이다. 블록체인 기반이다. 사진작가들이 이곳에 사진을 올리면 사람들이 이미지를 이용할 때마다 코닥의 자체 가상화폐 ‘코닥코인’을 주고받게 된다. 디지털카메라 개발에 뒤처지면서 2012년 파산보호신청을 한 코닥은 가상화폐 기술로 재기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익명성 보장을 앞세운 러시아 메신저 텔레그램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텔레그램오픈네트워크(TON) 개발과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메신저 페이스북도 가상화폐 활용을 시사했다. 두 메신저 업체 모두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가상화폐 송금과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됐다.
일본 기업들은 가상화폐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정부가 일찌감치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규제 걸림돌을 제거한 덕분이다. 미즈호금융그룹이 발행한 디지털화폐 J코인은 오는 3월 일반상점 결제에 시범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비트코인과 달리 엔화와 등가로 교환되는 디지털화폐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사업모델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개인이 올린 글, 의료정보 등 모든 데이터가 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구글 바이두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터넷과 달리 블록체인에서는 각각의 데이터가 가치를 만들어 가상화폐로 거래될 수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대기업들을 유인하는 배경이다.
◆거품논란 속 다각적 사업화
일반 기업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상화폐 논의도 가격거품 논란에서 기술 발전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신규 가상화폐(토큰)를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가상화폐공개(ICO)는 지난해 57억달러(약 6조원)를 넘어서며 투기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지난달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투기광풍 논란이 일었지만 제도권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비트코인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출시된다면 투자 저변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가상화폐의 화폐 인정 여부 논란도 스웨덴 러시아 에스토니아 등의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개발에 나서면서 수그러들었다. 일반 기업마저 가세하면서 탈중앙·분권형 가상화폐의 발행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도 자신의 지난 발언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을 만든 블록체인 기술은 현실이 됐다”며 “암호화된 엔화와 달러 등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규제에만 몰두”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제조업체와 금융사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해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은행 등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대한 직접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가격 거품 등을 우려한다면 지금이라도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거래소의 자격요건과 해킹방지 시스템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란/박신영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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