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를 바라보는 2030의 시선
주식·부동산, 기성세대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가상화폐는 새로운 패러다임
힘겨운 2030의 마지막 탈출구
묻지마 투자는 '백전백패'
공부한 만큼 각 코인의 실질가치 눈에 들어와요
2030세대의 시각으로 이슈 현장을 매주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한경인턴기자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청년들의 젊은 생각과 품격 있는 한국경제신문의 만남입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남정민(왼쪽부터) 이인혁 김수현 이건희 등 대학생 인턴기자 4명이 취재와 기사 작성을 맡게 됩니다. 첫 회는 최근 2030세대는 물론 우리 사회의 핫이슈로 떠오른 ‘가상화폐 열풍’을 조명했습니다. 푸른 인턴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으로의 여행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바람이 거세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지만 ‘튤립 투기’처럼 사그라질 거품이라는 견해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광범위하다. 하지만 가상화폐에 투자 중인 2030세대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철없는 요즘 젊은이들’이라는 프레임을 거부했다. “설사 투기라고 해도 차곡차곡 월급을 모아서는 집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세상이니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10만원에서부터 수천만원까지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는 청년 10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해외 코인 개발자 접촉하고…가짜 뉴스 가려내고
대학생 A씨(24·남)는 초보 시절 종잣돈 2000만원을 투자했다가 1300만원을 날렸다. 그는 “뜬다고 해서 무작정 코인 하나를 골라 투자했다가 지난해 7월 폭락장에서 원금 60%를 한순간에 날리는 좌절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이후 절치부심해 하루 8시간씩 가상화폐를 공부했다. 관련 서적과 논문, 외신 등을 탐독하고 각종 세미나에 참석해 최신 트렌드도 살폈다. A씨는 “공부하는 만큼 코인마다 실질 가치가 눈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대학생 남모씨(24·여)도 “복권은 운이지만 가상화폐 투자 성패는 노력에 좌우된다”며 “해외 유명 개발자와 접촉해 소통하려고 네덜란드어와 덴마크어를 배우기도 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씨(21·여)도 “대형 작전 세력의 입김에 많이 휘둘리는 측면도 분명히 있고, 가짜 뉴스도 적지 않기 때문에 검증 능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고 했다.
“가상화폐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
가상화폐가 결국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견해도 많았다. 대학생 최모씨(27·남)는 “분명히 과열돼 있고 일확천금을 노려 투자하는 이들도 많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자산이라 는 본질을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도박판으로 봐선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가상화폐 투자로 큰돈을 벌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는 김모씨(29·여)의 견해도 비슷하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 때도 수십억~수백억원을 번 신흥 부자들이 탄생하지 않았느냐”며 “언젠가 거품이 꺼지더라도 옥석이 가려지고 살아남는 코인이 승자가 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식·부동산은 ‘기울어진 운동장’
로스쿨에 입학할 예정인 김모씨(27·남)는 ‘가상화폐 열풍’이 자신과 같은 ‘흙수저’에게 “중산층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김씨는 여윳돈과 빌린 돈 1200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7개월 만에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손에 쥐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기존 투자시장은 기성세대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반면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기반하고 있어 오히려 청년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마흔 가까이 돼서야 내집 마련과 결혼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조모씨(29·남)는 고단한 회사 생활에 지쳐 가상화폐를 곁눈질했다고 전했다. 연봉이 4000만원으로 높은 편이었지만 서울 평균 전셋값 3억원을 마련하려면 한 푼 안 쓰고 모아도 7년이나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건희(연세대 의류환경학과 4학년)/남정민(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김수현(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 2학기)/이인혁(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 인턴기자 superlg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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