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에 정유사들 긴장… 정제마진 6달러대로 '반토막'

입력 2018-01-10 19:12   수정 2018-01-11 05:17

손익분기점 4~5달러대
1달러 하락 땐 영업익
분기당 2000억원 줄어



[ 김보형 기자 ] 새해 벽두부터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금액으로, 원유를 정제해 남기는 이익을 말한다.

1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6.4달러를 기록해 작년 6월(6.5달러) 이후 처음으로 7달러 선이 무너졌다.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정유사 영업이익이 분기당 2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원유 정제시설이 밀집한 미국 멕시코만 일대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여파로 정제마진이 배럴당 10달러 가까이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반 토막 났다는 게 정유업계의 설명이다. 탄탄한 정제마진 덕분에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작년 8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 지역은 통상 난방유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이 최대 성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유가 상승과 중국의 석유제품 수출 확대에 따른 재고 증가가 맞물리면서 정제마진이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는 유가 상승분만큼 석유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데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수요도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는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등으로 2015년 이후 배럴당 50달러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국제 유가는 지난해 12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과 리비아 송유관 폭발사고 등으로 60달러를 돌파한 뒤 올 들어서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반정부 시위 등으로 원유 생산·수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해 쓰는 두바이유는 65달러를 넘어섰다.

정제마진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석유제품 수출 쿼터를 작년보다 30% 가까이 늘려 잡아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의 올해 석유제품 수출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업계는 화학 등 비(非)정유부문 사업 호조세가 정유부문 실적 악화를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에 따라 좌우되는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등 화학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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