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입김 세진 중국 스마트폰업계… "미국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반대"

입력 2018-01-10 19:31   수정 2018-01-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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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고객사인 오포·비보·샤오미
스마트폰용 칩 가격인상 우려
"공급업체 바꿀 수도 있다" 경고
인수해도 중국 당국 승인 걸림돌



[ 추가영 기자 ]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퀄컴에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브로드컴은 퀄컴을 적대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적대적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각국 반독점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브로드컴으로선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칩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하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요구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가격 인상에 대해 자국 스마트폰업계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칩 가격 인상 우려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비보는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하면 스마트폰용 칩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포와 비보는 오디오·비디오 기기 제조업체인 부부가오(BBK)의 자회사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퀄컴에 1300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으나 퀄컴은 인수가가 낮다며 거절했다. 이후 브로드컴은 퀄컴 이사회 교체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오포와 비보는 퀄컴의 연간 매출 약 220억달러(약 23조원) 가운데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사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도 양사 합병으로 세계 3대 반도체 기업이 탄생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오포, 비보,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30%로 애플(24%)을 앞서고 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퀄컴이 이들 3개사에 제공하는 칩 물량이 애플의 두 배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퀄컴 이사회가 3개 회사의 반대를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R&D 투자 감축도 걱정

브로드컴과 퀄컴 경영진은 최근 주요 고객사와 만나 M&A의 장단점을 논의했다. 두 기업은 고객사의 엇갈린 반응을 전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일부 제조사들이 이번 거래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탄 CEO가 퀄컴 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퀄컴의 비용을 대폭 절감할 기회를 찾아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퀄컴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대형 고객사가 퀄컴이 브로드컴에 인수되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탄 CEO의 경영 스타일을 우려했다.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 후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삭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포, 비보, 샤오미는 퀄컴의 과감한 투자가 고객사에 기술적 우위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퀄컴이 R&D 투자를 줄이면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퀄컴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이들 3개사는 더 나아가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칩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퀄컴과 수년에 걸쳐 총 120억달러에 이르는 부품을 구매하기로 구속력 없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 정부가 나설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암묵적 지지를 받고 있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가 중국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힐지도 관심사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각국 반독점규제당국의 심사와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퀄컴은 칩·특허료를 이중으로 매기는 수익 모델로 애플 등 고객사와 특허료 분쟁을 벌여 왔다. 같은 이유에서 중국 정부는 2015년 퀄컴에 60억8800만위안(당시 환율로 약 1조5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WSJ에 따르면 탄 CEO는 중국 고객사와 만난 자리에서 퀄컴의 특허료 계약 조건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객사들은 이 같은 발언이 칩 가격은 인상하고 특허료를 인하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시 회동에 참석한 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탄 CEO는 우리가 그의 계획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우리와 관점이 다르다”고 전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칩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입지를 상실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고 말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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