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연기와 예술성으로 경쟁
최재우·서정화, 한국 설상 첫 메달 기대주
흔히 알던 스키가 아니다. 프리스타일 스키는 스키를 타고 펼치는 곡예에 가깝다. '설원의 서커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프리스타일 스키에는 모글·에어리얼·스키 크로스·스키 하프파이프·스키 슬로프스타일 등 5개 종목이 포함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속도가 아닌 창의적인 연기와 예술성으로 경쟁한다. 정해진 기술도 없고 스키 폴을 들지 않아도 된다. 국가대표 단체복을 입지 않는 선수도 많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는 경기복으로 연기에 개성을 더한다.
◆장애물 넘고, 공중 묘기 부리고
모글은 1.2m 높이의 눈 둔덕이 3~4m 간격으로 들어선 코스를 내려오는 종목이다. 코스 중간에 있는 2개의 점프대에서는 공중 묘기를 선보여야 한다. 5명의 턴 심판과 2명의 공중 동작 심판 총 7명이 점수를 매긴다.
에어리얼은 기계체조의 도마 종목과 유사하다. 공중 묘기가 핵심이다. 급경사의 슬로프를 내려오다 점프대에서 도약해 공중에서 기술을 펼친다. 선수는 싱글, 더블, 트리플 등 3가지 점프대에서 1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5명의 심판 중 최고·최저 점수를 제외한 3명의 합산 점수에 난이도 점수를 곱해 산출한다.
스키 크로스는 4명이 한 조를 이뤄 장애물이 있는 코스에서 경주를 펼친다. 순위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으로 결정된다. 예선에서는 2번의 시간 기록 합산 점수를 통해 본선 진출자를 결정한다. 본선에서는 4명 중 상위 2명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키 하프파이프는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반원통형 모양 슬로프에서 공중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5명의 심판이 연기 점수를 체점해 평균점수를 낸다.
스키 슬로프스타일은 레일, 테이블, 박스 등 각종 장애물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에서 열린다. 선수는 본인이 연기할 장애물들을 선택할 수 있는데, 올림픽에서는 최소 6개 이상의 장애물(점프 포함)과 3개 이상의 점프대를 갖춰야 한다.
스키 하프파이프와 슬로프스타일은 5명의 심판이 100점 만점으로 채점해 평균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스키 신동' 최재우, 韓 설상 첫 메달 기대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에서는 남자 모굴의 최재우(23)가 메달 기대주로 꼽힌다. 4살 때 처음 스키를 탄 최재우는 2009년 만 15세의 나이로 최연소 모굴 스키 국가대표가 됐다.
최재우는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남자 모굴 결선에서 82.90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3위를 기록한 호주의 맷 그레이엄과의 점수 차이는 0.06점에 불과했다. FIS 랭킹 역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재우에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
스키 하프파이프 1호 국가대표인 김광진(23)도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는 작년 12월 중국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7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이 종목 월드컵에서 낸 역대 최고 순위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김광진은 중국 월드컵에서 착지 도중 부상을 입어 평창올림픽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왼쪽 무릎 십자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그가 부상을 딛고 기적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여자 모굴의 서정화(27), 서지원(23)도 메달에 도전한다. 서정화는 작년 3월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FIS 월드컵 모굴에서 한국 여자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인 6위를 기록했다. 12월 중국 월드컵에서는 10위에 머물렀다. 서정화의 사촌 동생인 서지원도 여자 모굴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모굴 킹' 킹스버리, 공중 4회전 시도 관심
프리스타일 스키 강국은 캐나다와 호주 일본 등이다. 특히 캐나다의 남자 모굴 선수 미카엘 킹스버리(26)는 '모굴 로봇' '모굴 킹'으로 불리며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그는 최근 월드컵 1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FIS 프리스타일 스키 5개 종목을 아우른 종합 우승 트로피 '크리스털 글로브'도 6년 연속 수상했다. 올림픽은 2014년 러시아 소치올림픽 출전이 유일하며, 당시에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킹스버리가 2016년 11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콕(cork) 1440' 기술은 프리스타일 스키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중에서 사방으로 몸을 뒤집고 비틀면서 4회전하는 고난도 기술로, 킹스버리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러나 그 역시 국제대회에선 한 번도 이 기술을 선보인 적이 없어 평창올림픽에서 시도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여자 모굴에서는 캐나다의 뒤푸르라푸앵트 세 자매의 벽이 높다. 막심(29), 클로에(27), 쥐스틴(24) 자매는 소치올림픽에도 동반 출전했다. 당시 막내 쥐스틴이 금메달을, 둘째 클로에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세 자매는 2016년 1월 캐나다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 스키 월드컵 여자 모굴에서 나란히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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