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이견 없다"면서도 내부에선 '몸사리기'
[ 박신영/오형주 기자 ]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가 11일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여부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안 관련 대책에 발을 담갔던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침묵을 지켰다.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법무부가 총대를 메고 나선 이상 굳이 경제부처가 나서서 공동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크다는 관측이다.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법무부와 협의해 할 일을 하고 있다”며 일단 박 장관 발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경제부처 내부의 분위기는 달랐다. 한 공무원은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냥 법무부 장관 발언 그대로 쓰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처럼 경제부처들이 가상화폐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 공무원 특유의 보신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2016년 11월 “2017년 1분기까지 가상화폐의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가상화폐는 통화도 금융상품도 아니다”며 정책 기조를 바꿨다. 2016년 11월 당시 가상화폐거래소 등록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무기한 보류했다. 학생과 주부 등까지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의 ‘카드 사태’와 노무현 정부 때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연될 경우 책임 소재에서 빠져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기재부와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에 직접 규제보다 세금 부과, 실명 거래 강화 등 간접적인 규제책만 제시해왔다. 가상화폐거래소 등록제 시행,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상품 인정 등을 통해 제도권 안에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경제부처는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순간 거래자에게 가상화폐를 사도 된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가상화폐 성격이 아직도 정의하기에 불분명하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본 다음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기재부가 가상화폐에 세금 부과를 검토하는 것도 가상화폐 자체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했다기보다 ‘소득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도 가상화폐거래소와 거래하는 은행에 대해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과 실명거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을 뿐이다.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 금지를 골자로 한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해도 국회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거래자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법을 통과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대형 은행과 제조업체들이 가상화폐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만큼 법무부의 규제가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한 관련 기술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말했다.
박신영/오형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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