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블루오션'이라는 돌파구

입력 2018-01-11 17:46   수정 2018-01-12 06:36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과 블루오션 전략의 인연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초 한경은 가치혁신연구소를 설립하고 ‘가치혁신 시대를 열자’라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김위찬, 르네 마보안 교수(프랑스 인시아드대)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을 몇 달에 걸쳐 소개했다. 삼성전자에서 가치혁신을 주도한 VIP센터를 최초 보도한 것도 이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두 교수가 그 다음해 가치혁신론을 단행본으로 묶은 블루오션 전략을 출간한 직후에는 또 ‘블루오션으로 가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한경은 숙명여대와 블루오션 최고경영자(CEO) 과정을 개설했고, 대학생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겨루는 ‘블루오션 파이어니어 대회’도 만들었다.

'패스트 팔로어' 이후의 전략 부재

당시 가치혁신연구소장으로서 열풍의 현장을 다닐 때마다 확인한 것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돌파구에 목말라 있다는 사실이었다. 선진 기업들을 모방해 싼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의 한계에 봉착한 기업인들에게 블루오션은 머리를 때리는 화두였다.

아쉽게도 블루오션 실천을 도와줄 전문 교육기관이나 권위 있는 컨설팅 업체가 제대로 없어 열풍이 빨리 식고 말았지만, 블루오션 전략이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더 이상 선진 기업 기술과 노하우를 베끼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게 됐다. 업계에서도 경쟁사들이 하는 사업이면 무조건 따라 하던 관행이 크게 줄었다. 신규 사업을 벌일 때 시장에 선보일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습관도 생겼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세계 시장에서 블루오션 전략은 그동안 놀랍게 발전했다. 단행본은 400만 부 넘게 팔렸고 세계 주요 대학들은 블루오션 전략을 전략 과정으로 앞다퉈 개설했다. 창시자들은 말레이시아 국가전략고문을 맡아 10년 가까이 국가개조작업을 주도하고 있을 정도다.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블루오션 전략을 통해 업종의 경계를 깨고 성장과 고용의 새로운 전선을 개척해왔다. 두 교수가 이번에 새롭게 출간한 블루오션 시프트는 블루오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제시한 역작이다.

자신감이 만들어내는 성장의 기적

그동안 한국 사회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그 다음 단계로 올라서는 근본적인 전환에 소홀했다. 문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0년 새 비즈니스 환경은 이전 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기반한 모바일은 제조, 유통, 거래 등 비즈니스의 모든 부분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반(反)기업 정서에 기반한 ‘대못 규제’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 위기 상황을 헤쳐 가기 위해선 근본적인 전략적 발상전환이 요구된다. 블루오션 전략이 우리 사회에 다시 필요한 이유다.

창시자들은 새 책에서 ‘인간다움(humanness)’과 자신감을 강조하고 있다. 군대 전략을 원용해 만든 기존 전략은 직원이나 실무자 같은 ‘인간’에 주목하지 않는다. 블루오션 전략의 목표는 성장과 시장 창출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직원들과 조직 전체의 자신감이다. 저자들은 “이루기 전까지는 항상 불가능해 보인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하며 전략의 새로운 경지를 강조한다. 블루오션으로 가겠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고야 말겠다는 임직원들의 자신감이 기적을 만든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도 이 자신감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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