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성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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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탈리아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자연 소설이자 가족과의 화해를 그린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이자 가장 중요한 소재는 ‘산’이다. 등장인물보다 공간적 배경인 산이 주인공이라는 수식어와 더 어울릴 정도다. 등장인물들에게 산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다. 주인공 피에트로와 브루노는 유년 시절을 함께 산에서 보낸 아이들이다. 그러나 피에트로의 아버지는 광적일 정도로 산을 정복하는 데만 관심을 둔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늘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브루노의 아버지에게 산이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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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다니던 산봉우리를 오르며 아버지와 자신이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운전하는 동안 산비탈을 연구하거나 날씨를 확인하려 할 때 핸들에 두 손을 얹어놓고 관자놀이를 그 위에 대다가 흠칫 놀란다. 아버지가 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자신을 보고서다. 항상 산을 타는 데만 온 정신이 쏠려있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사랑과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피에트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은 단순히 땅만이 아니었다. 산에 대한 열정, 암벽과 눈, 소나무를 즐기는 방식까지 모두 아버지의 유산이었다.
이탈리아 발다오스타 해발 2000m에 작은 집을 짓고 혼자 살아가며 종이와 펜을 이용해 원고를 집필하는 코녜티의 성정이 등장인물에 그대로 녹아있는 자전적 성격의 소설이다. 계절에 따라,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지는 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의 작품은 자연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최정윤 옮김, 현대문학, 312쪽, 1만35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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