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동남아의 우버' 에 투자

싱가포르 '그랩'에 전략적 투자
친환경차 활용 플랫폼 개발
동남아 시장+차량공유 '1석2조'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에 투자한다. 동남아 시장 및 글로벌 차량공유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차량공유 시장과 동남아 시장은 현대차의 약점 중 하나로 거론돼 왔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그랩에 상호 협력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투자금액은 수백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설립된 그랩은 차량 호출을 통해 개인 차량을 택시처럼 제공하는 카헤일링 서비스 기업이다.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과 함께 세계 3대 차량공유 기업으로 동남아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8개국 168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등록 운전자만 230만 명에 달한다.

두 회사는 아이오닉 EV(전기차) 등 현대차 친환경 차량을 활용해 새로운 이동(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그랩과 현대차가 노하우와 데이터를 공유하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그랩 서비스에 필요한 차량 중 일부를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일본 업체가 장악한 동남아 자동차 시장에서 그랩과의 협력을 통해 현대차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부사장)은 “그랩의 서비스 경쟁력에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을 결합하면 모빌리티 서비스에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번 투자를 통해 차량공유 시장과 동남아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년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발 빠르게 차량공유 시장에 투자했지만 현대차의 움직임은 더뎠다. 동남아 시장도 잠재력은 크지만 일본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어 시장 확대가 여의치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현대차의 두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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