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해 사드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판매는 당초 목표 대비 70% 수준(81만6000여 대)에 그쳤다. 판매대수가 100만 대 아래에 머문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기존 베이징에 이어 허베이와 충칭까지 현지공장 투자를 늘려왔기에 타격은 더욱 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노조의 파업이 이어졌고, 미국시장에서도 고전했다.
결국 현대차의 지난해 해외판매 대수는 381만5000여 대로 전년 대비 8.2% 줄어들었다. 기아자동차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해 글로벌 판매가 전년 대비 7.8% 감소한 274만6000여 대에 그쳤다. “시장 경쟁에서 앞서갈 신차 개발을 게을리한 탓”이라는 비판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 부회장은 “위기를 겪으면서 뭐가 부족했는지 알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을 보완해 상품이 개선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자동차와 전자·IT 업체가 섞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현대차의 과제로 체질 개선을 꼽았다. 현대차의 강점인 품질도 “포르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악성 댓글이 있으면 ‘내 탓이오’라고 생각한다”며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도 했다.
현대차의 지난 역사에는 ‘하면 된다’는 신념과 기업가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숱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도전을 통해 지금 세계 5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했다. 어려운 외부 환경만을 탓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엿보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다. 위기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에 나서는 현대차와 정의선 부회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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