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 회의에 참석한 장관 열 명은 “최저임금 인상은 잘한 일,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만 이어갔다. 영세사업자의 고충 호소, 하소연과 괴리감이 매우 크다. 연초부터 경비원 감축, 청소인력 해고, ‘알바생’ 채용 축소가 잇따르는 것과 딴판이다. 지난달 숙박·음식점업에서만 취업자가 4만9000명 줄었다는 통계청의 ‘2017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도 고용시장의 선(先)반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들썩이는 음식료 값까지 ‘최저임금발 쇼크’는 연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계층 간 격차 해소 등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우려와 논점은 ‘과도한 속도’다. 이낙연 총리가 참석했던 ‘2018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보인 기업인들 반응도 그런 것이었다.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데 현실 여건이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것”(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조합 이사장) “연착륙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후속조치를 마련해달라”(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는 하소연의 취지는 명확하다.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축소, ‘양대 지침 폐기’ 등까지 한꺼번에 몰아쳐 최저임금의 단기 급등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절규다.
‘최저임금 태스크포스 회의’를 겸한 차관들의 물가회의 논의 방향도 뜻밖이었다. 최저임금발 ‘고용쇼크, 생활물가 급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특별한 인상요인이 없다”며 김밥 치킨값 햄버거값 감시에 나서겠다고 했다. 영세 자영업자들 상대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하겠다는 것인지, 실현성도 없고 옳지도 않은 엄포다. 과거 개발연대 물가정책을 연상시키는 가격 개입이나 원가 간섭으로는 최저임금의 충격을 제대로 이겨낼 수 없다.
정치권의 단선적 논평이나 개입도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기업 정리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 여당 당직자는 중소기업계가 이런 말을 어떻게 들을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임대료가 더 문제”라는 말이 여당에서도 나오지만 통계로, 전국적으로 보면 인건비가 역시 최대 지출변수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과잉 복지가 그렇듯, 감당하지 못할 임금 상승이나 근로조건 개선은 우리 사회에 두고두고 비싼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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