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제재면제 연장에 한숨 돌린 기업들

입력 2018-01-14 13:21   수정 2018-01-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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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면제 조치를 조건부로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기업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다만 이번 성명을 통해 이란핵합의(JCPOA)의 대대적인 수정을 조건으로 내건 만큼 이란 정세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OTRA는 14일 ‘이란핵합의 현황점검과 우리기업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의 핵합의 조건부 인증 이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단기적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CPOA는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을 포함한 6개국이 체결한 다자간 합의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발간한 저서 ‘불구가 된 미국(Crippled America)’에서 이란 핵협상을 역사상 최악의 합의라고 비난하는 등 적극적인 파기 의사를 피력해 왔다. 이번 결정이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재유예 결정에는 120일이라는 유효기간이 붙었다. 만약 120일 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를 복원할 경우 한국 기업의 이란 사업에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란 제재가 본격화된 2012년부터 JCPOA가 타결된 2015년까지 양국 교역량은 매년 약 30%씩 줄어들었다. 2015년에는 최근 10년 내 최저점인 61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 기업의 이란시장 진출도 가로막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기업의 이란 내 신규 법인설립 숫자는 ‘0건’이었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 ‘기회의 땅’이었던 이란이 비즈니스 불모지가 됐던 것이다.

제재가 복원되면 그동안 급물살을 타온 각종 프로젝트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란의 원유수출 재개에 따라 추진된 각종 정유시설 및 플랜트 공사와 사우스파르스(South-Pars) 등 가스전 개발 사업이 장기간 정체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의 JCPOA 파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재조치가 취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섣부른 대응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화당과 민주당간 이견이 확고한만큼 초당적 합의안이 나오기까지는 긴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란산 원유 수입대금에 대해 원화?유로화 대체결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 당장 이란 기업과의 거래가 막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협력본부장은 “비록 이란 제재가 재개된다 해도 당장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 기업들은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원화결제 등 교역시스템이 유지되고 비즈니스 기회도 계속 있는 만큼 기존 거래선 관리에 힘쓰며 틈새시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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