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비정유'로 사업 다각화… 유가·환율에 취약한 정유사업 한계 돌파

입력 2018-01-14 18:37  

NCC합작사 추진


[ 김보형 기자 ] 현대오일뱅크가 나프타 분해설비(NCC) 공장 설립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들기로 한 것은 국제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정유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국내 1, 2위 석유화학업체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안정적인 원재료를 공급받고 과잉 투자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오일뱅크의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번 NCC 합작사업은 현대오일뱅크의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2020년까지 화학·윤활유 등 비(非)정유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 다각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09년 이후 일본 코스모오일, 네덜란드 에너지기업 쉘, 롯데케미칼, OCI 등 국내외 화학업체와 손잡고 다양한 분야에서 합작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 현대오일뱅크가 NCC를 확보하면 정유뿐만 아니라 화학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최대 규모 NCC를 가동 중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이번 기회를 통해 최근 증설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업체를 견제하는 동시에 단독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석유화학업계 ‘빅2’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에틸렌 시황 호조로 지난해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23만t)과 롯데케미칼(20만t), 한화토탈(31만t)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작년부터 앞다퉈 NCC 증설에 나선 배경이다.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NCC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내 합작 법인인 중한석화를 통해 에틸렌 80만t 증설 공사를 하고 있다. GS칼텍스도 전남 여수 공장에 NCC 신설을 저울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파르게 오르는 국제 유가와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합작사 성공의 변수라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는 최근 주요 산유국인 이란의 정세 불안 속에 두바이유가 배럴당 70달러를 찍는 등 최근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배럴당 75달러를 웃돌면 가스(미국)와 석탄(중국) 대비 원유(한국) NCC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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