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절차 안지켜 무죄 나오기도
3명 중 2명은 기소조차 안돼
법원, 불출석 사유 대부분 인정
법원 판결도 형평성 논란
무죄부터 징역까지 '고무줄'
여론 눈치 본다는 비판 나와
[ 신연수/이상엽 기자 ]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사진)에 불출석한 혐의로 국회에서 고발한 피의자의 80%가량이 무죄나 불기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고발 절차조차 지키지 않아 무죄판정을 받은 사례도 속출했다. 국회가 고발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고발된 피의자에 대한 법원 판결도 징역형부터 무죄까지 들쭉날쭉해 여론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차별 고발로 무죄·불기소율 급증
국회는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불출석한 32명을 무더기로 고발했다. 당시 국회는 “검찰이 32명의 고발 대상 증인 기소에 만전을 기하고 사법부에서도 특단의 판단을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여론전을 펼쳤다.
하지만 명단을 넘겨받은 검찰은 32명 중 12명만 기소했다. 나머지 20명은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종료했다. 불출석 사유의 정당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불기소 또는 기소 처분이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출석 사유가 합리적이었다는 얘기다.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국회 모욕죄를 적용하면 5년 이하 징역까지도 가능하다.
기소된 12명 중에서도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람은 5명에 그쳤다. 4명이 무죄를 받았고 나머지 3명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국 재판이 끝난 29명의 피고발자 중 유죄로 판정받은 사람은 5명으로 17%에 불과하다.
국회가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고 고발을 남발한 정황도 드러났다.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미용사 정모씨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석요구서가 발부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회의 청문회 관련 권한 남용은 고질병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3~19대 국회 때 청문회 불출석으로 고발된 32건 중 실제 혐의가 있다고 인정된 것은 벌금형 약식기소 4건, 기소유예 1건이 전부다.
모호한 양형 기준에 형량도 제각각
법원 판결이 여론에 따라 좌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는 지난 10일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의 소망을 저버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 윤 전 행정관과 같은 혐의로 넘겨진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 8명의 피고인이 벌금형이나 무죄를 선고받은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중형이다. 국회가 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한 것에 불응한 이유만으로 징역형을 받은 전례는 없다.
법원의 판결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판부는 윤 전 행정관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농단의 진상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다소 추정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다. 반면 이성한 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 중”이라며 감형 요인을 설명했다.
윤 전 행정관의 중형과 관련해 황성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변호사는 “집행유예긴 하지만 청문회 불출석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과하다”며 “사회 분위기상 여론에 휩쓸려 정치적인 정황이 판결에 개입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연수/이상엽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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