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판매 100만대 넘긴 AI 스피커… 이젠 '빵빵'한 콘텐츠가 승부처

입력 2018-01-15 16:24  

통신·포털업체 경쟁에 삼성 가세
"스마트홈 허브 된다" 각사 공들여
커머스·건강관리 등 콘텐츠 결합



[ 유하늘 기자 ]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기기 가운데 생활 속에 가장 먼저 접목되기 시작한 제품은 AI 스피커다. 국내에서도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서며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다. 2016년 9월 SK텔레콤의 ‘누구’ 출시로 국내 음성인식 AI 스피커 시장이 열린 지 1년4개월 만이다. 통신사와 포털업체가 잇따라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AI 스피커 출시를 예고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생활 속 파고드는 AI 스피커

AI 스피커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통신업체들이다. KT는 지난해 1월 말 출시한 스피커 겸용 인공지능 TV ‘기가지니’ 가입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SK텔레콤 누구는 지금까지 약 40만 대가 팔린 것으로 파악된다. 포털업체들이 내놓은 제품도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출시된 네이버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는 15만 대가량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총 판매량은 100만 대를 훌쩍 웃돈다.

이동통신사들은 AI 스피커를 기존에 추진하던 스마트홈 사업에 적극 활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선 상품 또는 사물인터넷(IoT) 상품 가입자에게 프로모션으로 AI 스피커를 제공하기도 한다. 출고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제한된 물량을 나눠 판매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출시 초기에 펼친 공격적인 판촉 정책이 가입자 확보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누구 출시 후 두 달간 60% 할인가에 판매했고, KT는 올레tv 가입자에게 3년 약정 조건으로 월 6600원에 기가지니를 제공했다. 단품 구매 시보다 20%가량 할인된 금액이다. 네이버 프렌즈와 카카오미니는 음원 스트리밍 1년 이용권을 더해 할인가에 판매됐다.

꾸준한 기능 업그레이드도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AI 스피커는 초기엔 생활 정보 제공과 음악 재생 등에 치중했다. 최근에는 금융·쇼핑·교육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홈 허브로 확장하는 AI 스피커

AI 스피커가 앞으로 ‘스마트홈’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PTV 제어가 가능하고, 가정용 IoT와의 연동이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전자기기를 잇는 중심에 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네이버는 지난달 LG유플러스와 IPTV·홈 IoT 기능을 추가한 ‘프렌즈 플러스’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늦지만 네이버와 AI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면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프렌즈 플러스는 네이버가 내놓은 웨이브나 프렌즈와는 다른 제품이다. 구별되는 대표적인 기능은 IoT다. LG유플러스 제휴사의 가전을 제어할 수 있다.

네이버는 LG유플러스에 국한하지 않고 파트너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 KT 등과의 협업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로바는 네이버와 라인이 보유한 기술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고 수준의 스마트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자체 서비스뿐만 아니라 외부의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위한 열린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AI 스피커가 스마트홈의 허브로 떠오르면서 가전 제조사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AI 클로바를 탑재한 스피커를 출시했고,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에서는 구글의 AI 비서를 탑재한 스피커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도 올해 AI 스피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국내 AI 스피커 시장이 급성장하긴 했지만 아직 해외 시장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은 2014년 아마존의 ‘에코’가 출시되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AI 스피커 출하량은 전년 동기 90만 대에서 7배 급증한 740만 대를 기록했다. 아마존 알렉사를 탑재한 AI 스피커가 66.9%로 가장 많았고, 구글 AI 스피커가 25.3%로 2위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가 75%를 차지했다. 올해 글로벌 AI 스피커 출하량은 5630만 대로 지난해 대비 70% 증가할 전망이다. 외국 사례를 볼 때 앞으로는 음성인식률 향상과 더불어 커머스·스마트홈·건강관리 등 다양한 콘텐츠와의 결합이 국내 AI 스피커 시장의 판도 변화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스피커 시장 규모가 2016년 말 3억600만달러에서 2020년 21억달러(약 2조2365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가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통한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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