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관치 논란' 커지자 반나절 만에 입장 바꿔
금융위원장 "금융인은 우월의식 버려라" 압박
청와대는 "하나금융 회장 인선 개입 자중하라" 제동
금감원 "회추위 일정대로 진행하라" 후퇴
[ 박신영/손성태/윤희은 기자 ]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15일 “회장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은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일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들을 뽑아 연임하려 한다며 사실상 하나금융을 겨냥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상황은 이날 급속도로 바뀌었다. 청와대가 이 같은 금융당국 입장에 제동을 걸어서다. 청와대 측은 금융당국의 관치 논란이 커지자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엔 “CEO 리스크 감안해야”
금융당국은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하나금융의 회추위가 잠정적으로 보류돼야 한다는 강경한 견해를 유지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하나금융에 “CEO 리스크를 감안해 회추위 일정을 정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 노조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 등을 제기해 금감원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중인 만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회추위 일정을 조정해 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 12일에도 하나금융 회추위 요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를 거절하고 15일 후보자 면접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계획 발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금융회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다시 높였다. 그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떤 경우도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는 식의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와 함께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도 밝혔다. CEO 후보군을 선정·평가한 기준을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뽑는 과정에서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사외이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다양한 인재가 후보군에 들어올 수 있게 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 밖에 CEO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영향력을 제외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채용비리 적발 시 기관장과 감사를 해임 건의하는 등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해 논란이 된 금융계 채용비리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계 고액성과급 수령자에 대한 보수공시도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위 측은 최 위원장 발언이 하나금융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불개입 원칙 강조
정부 내부 분위기는 이날 오후 급변했다. 청와대 측에서 금감원과 금융위 측에 ‘관치 논란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하나금융 회장 인선은 청와대에서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금융권 인사는 청와대에서 전혀 챙기지 않고 있으며 시중에 도는 얘기는 모두 자작극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금감원도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하나금융 측에 회추위를 예정대로 진행하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이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등 후보의 인터뷰를 예정대로 마쳤다. 16일에는 3~4명으로 후보를 추린다는 방침이다.
박신영/손성태/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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