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결 건설부동산부 기자) 연초부터 서울 아파트 법원경매시장이 뜨겁습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4%에 달하는 등 낙찰된 아파트가 대부분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는 분위기인데요. 최근 한 경매 법정에선 이런 열기를 감안하더라도 아주 이례적인 사례가 일어났습니다. 전용면적 59㎡(24평) LH 아파트 한 가구가 약 80억원에 낙찰된 겁니다. 어째서였을까요.
14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경매에서 강남구 세곡동 ‘강남LH 1단지’ 전용 59㎡ 아파트가 79억2999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 6억6400만원에 신건으로 경매에 나왔는데요. 낙찰가율은 1194%에 달합니다. 낙찰자 A씨가 응찰액 7억9299만9990원을 써내려다 실수로 79억2999만990원을 써냈기 때문입니다. 입찰가격란에 숫자 하나를 더 붙여 쓴 것이지요. 2등 응찰자는 7억9119만원을 써냈습니다.
낙찰 사흘 뒤 A씨가 법원에 경매를 취소해달라는 매각불허가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매각허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A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입니다. 경락잔금을 내 79억원에 아파트를 낙찰받거나 잔금을 내지않은 채 버텨 낙찰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경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절대 다수가 후자를 선택한다고 얘기합니다. A씨가 낙찰을 포기할 경우엔 입찰 최저가의 10%만큼인 입찰보증금 6640만원을 그대로 날리게 됩니다. 낙찰자가 잔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도 입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매시장에서 이런 실수로 인한 낙찰 사고는 종종 일어납니다. 지난해에는 대구지방법원에서 대구 칠성동의 ‘침산푸르지오1차’가 낙찰된지 두 달만에 재경매되기도 했습니다. 감정가 4억5000만원에 나온 아파트였는데요. 한 응찰자가 4억4101만원을 쓰려다 실수로 마지막에 0을 하나 더 붙여 44억1010만원에 낙찰을 받았습니다. 이 낙찰자도 입찰보증금 포기를 감수하고 법원에 잔금을 내지 않아 낙찰이 취소됐습니다.
이같은 금액 기입 실수가 발생하면 대부분 낙찰자가 ‘생돈’을 날리게 됩니다. 이전엔 낙찰가율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 법원이 응찰 실수라 판단해 경매 불허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이를 악용해 고의로 경매를 막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단순 실수에도 매각허가 결정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입찰가격에 숫자 하나를 더 쓰는 실수로 낙찰 기회와 입찰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이는 민사집행법상 매각불허가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응찰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끝) /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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