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바꾼 304명 이유 들어보니… 신분도용·가정폭력 예방이 '최다'

입력 2018-01-15 18:37   수정 2018-01-16 05:07

작년 5월부터 변경 허용돼
폭행·감금 사유도 10.9% 차지



[ 박상용 기자 ] A씨는 최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바꿨다. 감옥에 있는 전 남자친구 B씨 때문이다. B씨는 A씨를 강간하고 감금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A씨는 B씨의 보복을 우려했다. B씨가 A씨의 주민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불안도 있었다. 이에 A씨는 주민번호 변경을 신청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된 지난해 5월 이후 총 304명이 주민번호를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810건의 주민번호 변경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496건이 위원회 심의를 받았고, 304건에 변경 허가가 내려졌다. 나머지 186건은 기각, 6건은 각하됐다.

신청 사유는 신분도용이나 사기 전화 등 재산상 이유가 604건(7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 90건(11.1%), 생명·신체 피해 86건(10.6%)으로 상위 세 가지 사유가 전체의 96% 이상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207건(25.6%), 경기 187건(23.1%)으로 수도권이 절반에 가까웠다. 부산 63건(7.8%) 등 나머지 도시는 주민등록 인구수가 많을수록 접수 건수도 많았다.

주민번호가 최종적으로 변경된 304건도 재산 피해가 198건(65.1%)으로 가장 비중이 컸다. 가정폭력 피해 63건(20.7%), 폭행·감금·데이트 폭력 등으로 인한 생명·신체상의 피해가 33건(10.9%)으로 집계됐다. 변경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186건의 사유도 공개됐다. 주민번호 유출 입증이 부족하거나 막연히 피해를 우려한 사례, 주민번호 유출 없는 사기 피해 등으로 관련 법령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았다. 각하된 6건은 피해자 본인 사망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민번호 변경제도는 1968년 주민등록번호 도입 후 지난해 5월 처음 시행됐다. 주민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 성별을 제외한 6자리를 변경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신청 대상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재산에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가 예상된다고 인정되는 사람과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성폭력·성매매 피해자, 가정폭력범죄에 따른 피해자 등이다. 입증자료를 준비해 주민등록지 읍·면·동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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