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단] 경기침체 시 대책 없는 미국

입력 2018-01-16 17:51  

"경기확장 국면은 지속되지 않는데
초저금리 상황에 감세안까지 통과
침체기 국제협력도 기대 어려워"

배리 아이컨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 추가영 기자 ] 날씨가 화창한 날에 지붕에 물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경제정책 입안자들에게 화창한 날이 왔다. 강력한 성장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에게 다음번 경기 침체에 대비가 돼 있는지를 물어보기에 지금이 적기다.

답부터 내놓자면, 특히 미국은 전혀 준비가 안 됐다. 정책 입안자들은 경기 침체 대책으로 금리를 낮추거나 세금을 줄이는 등의 방안을 내놓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미국은 정치·경제적인 이유에서 정상적인 대책을 내놓을 준비가 안 돼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연 1.25~1.5%로 설정했다. 경기 침체가 당장 불어닥치지 않는다면 Fed는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에 성공, 연말이면 금리가 연 2%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금리가 제로(0)에 가까워지기 전처럼 경기 침체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펼치기 위한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Fed는 최근 세 차례의 경기 침체 국면을 거치는 동안 5%포인트 가까이 금리를 떨어뜨렸다. 경기 회복이 느리면 금리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경향으로 나타나면서 Fed가 대응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원칙적으로 Fed는 다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Fed 이사 중 적어도 한 명은 마이너스 금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가 지명한 세 명을 포함해 Fed 이사회는 전임자들에 비해 행동주의자가 적고, 덜 혁신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의회는 Fed가 재무제표를 더 확대하는 것에 대해 확실하고 강력하게 비판을 가할 것이다.

물론 재정정책이 대안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의회는 최악의 시기에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 연방정부 부채 1조5000억달러를 보태면서 추가적으로 감세가 필요할 때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UC버클리의 크리스티나 로머와 데이비드 로머 교수의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나면 재정정책은 효과가 줄어들고, 이미 정부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선 재정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다음 경기 침체 국면에서 경기를 부양하는 대신 공화당 의원들은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의원들은 저소득층에 식비를 지원하는 보충영양보조프로그램(SNAP)부터 축소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SNAP 다음은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제도), 메디케이드(공공의료보험), 그리고 사회보장법 등이 될 수 있다. 정부지출 삭감은 근근이 먹고 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 이들이 지출을 줄이면 총수요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주 정부는 주세와 지방세 공제에 새롭게 설정된 한계에 맞춰 예산을 삭감하기 위해 실업수당 지급 기간이나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짙다.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의 중앙은행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금리를 인하할 만한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에 글로벌 환경이 미국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2008~2009년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를 멈춘 것은 국제 협력이었다. 하지만 그 범위가 현재는 현격히 줄었다. 한때의 동맹국을 적국으로 취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아젠다 때문이다. 다른 국가들은 미국의 판단과 의도를 믿을 경우에만 다음 경기 침체기에 미국과 함께 일할 것이다.

경기 확장이 지속된 기간은 언제 경기 하강이 시작될지를 예측하는 변수가 되지 않는다. 경기 침체의 정도는 이것을 촉발하는 사건에 달려 있다. 이 사건 또한 불확실하긴 마찬가지다. 우리가 확실히 아는 한 가지는 확장 국면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폭풍은 분명히 불어닥친다. 하지만 우린 폭풍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Project Syndicate

정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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