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수의학 박사학위 취득해
전문분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
소비자는 온라인 후기에 의존
[ 구은서 기자 ] 서울 신림동에 사는 홍모씨(26)는 지난달 세 살짜리 치와와의 한쪽 눈이 구름 낀 것처럼 탁해진 걸 발견했다. ‘강아지도 백내장에 걸린다’는 말을 들은 게 떠오른 홍씨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안과 전문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홍씨는 “한 동물병원 의사가 자신을 ‘안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인터넷 글을 보고 병원을 찾아가게 됐다”며 “아직 어린 강아지인데 평생 시력 때문에 고생하게 될까 봐 처음부터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가용이 없는 그는 매번 ‘펫 택시’를 예약해 병원까지 이동한다.
동물병원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병원처럼 전문화되고 있다. ‘OO동물안과’ ‘××치과전문동물병원’ 등의 간판을 걸어놓고 영업하는 동물병원도 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수의사 전문의 제도 자체가 없다. 현재 ‘OO전문동물병원’ 의사들은 수의사 면허를 따고 특정 수의학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자신이 세운 병원을 전문동물병원이라고 부른다. 해당 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보는 모든 수의사가 그 분야를 전공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담당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수의사법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의료법과 달리 전문의 제도가 없다”며 “병원 이름에 ‘OO전문병원’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데 대한 기준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고, 현황도 파악한 게 없다”고 말했다.
동물 진료가 철저히 전문 분야다 보니 일반인이 동물병원의 정보를 비교하거나 상세히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체험 후기나 매장 인테리어, 시설 수준, 주변인의 경험 등에 의존해 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비자를 겨냥해 체험 후기 대행 서비스 업체가 넘쳐나고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댓글만 전문적으로 달아주는 곳도 등장했다.
3년째 한 동물치과에서 반려견 진료를 받았다는 백모씨(28)는 “간판과 인터넷 홈페이지, 명함 등에 ‘전문 수의사’ ‘동물치과’ 같은 표현을 사용해 수의사도 전문의 제도에 따라 관리·양성되는 줄 알았다”며 “법이 보장하는 전문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1시간 거리의 병원에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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