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자산운용업계의 표심에 쏠려있다. 투표권을 갖고 있는 241개의 금투협 회원사 중 자산운용사가 169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후보들은 자산운용 업계를 대변하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공약이 자산운용협회 분리안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공약을 실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투협이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통합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 절차가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 협회를 다시 쪼개려면…'법 개정' 필요
18일 금투협에 따르면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57),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67),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65) 등 3명의 차기 회장 후보자 중 황 전 사장과 손 회장이 협회를 업권 별로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금투협회장은 241개 정회원사(증권사 56개, 자산운용사 169개, 부동산신탁사 11개, 선물사 5개 등)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권 가운데 40%는 회원사별로 균등하게 분배되지만 나머지 60%는 회비 규모에 따라 차등 책정된다. 회장은 오는 25일 금투협 회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차기협회장 임기는 다음달 4일 시작된다.
이번 선거에선 관건은 자산운용사들의 표심이다. 금투협 회원사 가운데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보다 3배 이상 많은 데다 지난 선거보다 83곳이 늘었다.
이에 후보들은 자산운용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공약을 잇따라 내놓았다. 구체적으로는 자산운용업계가 별도의 협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손 회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이해관계가 다른 증권회사, 자산운용사, 부동산 신탁회사, 선물회사가 하나의 협회로 통합되었으나, 업권 간 이해상충 문제가 크고 회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의 도출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업권별 협회로 분리 추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황 전 사장 또한 "자산운용 업계에서 자체 협회로 분리·운영하려는 요구가 크고 업권의 이해 관계도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독립적 협회가 필요하다"면서 "자산운용협회 분리를 관계당국과 협의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내부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협회를 분리하면 법 개정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현재 금투협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조직에 관한 사항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는 자본시장 관련 법률인 증권거래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선물거래법, 신탁업법 등 6개로 나뉘어진 법률에 따라 협회도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업협회 등으로 세분화돼 있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이들 법률이 자본시장법으로 통합되면서 금투협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됐다.
따라서 다시 자산운용협회를 독립시키려면 법 개정 절차를 따라야한다. 정부나 국회의원이 법 개정 발의를 한 다음 국회 통과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법 발의나 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에 성공했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협회 분리 공약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법 개정 자체도 쉽지 않지만 개정 절차를 거친다 하더라도 임기 내에 통과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내걸었지만 실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손 회장 "화두 제시"·황 전 사장 "우회로 마련"
이에 손 회장은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업권 분리는 국회의원이나 정부처럼 법 개정 발의 권한을 가지지 못한 협회장이 실질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렵다"며 "공약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해당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투협이 통합된 이후 서로 다른 업권들이 한데 모여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향후 구성원들의 요구가 커진다면 중장기 과제로 진행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전 사장은 우회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법 개정으로 협회를 쪼개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 하에 부문별 각자 대표 체제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각자 대표 체제는 이사회를 통해 정관만 변경하면 돼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구체적으로는 협회장 아래에 업권 별로 대표를 두는 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협회장은 명예직으로 남고 실질적으로 비즈니스 권한은 각 대표들이 행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황 전 대표는 "개개의 자산운용업체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산운용 능력은 전체 1500조원 이상으로 4대 시중은행의 자산 규모보다 큰 것이 현실"이라며 "실질적으로 임기 내에 법 개정 절차 등은 어려울 수 있어 각자 대표 체제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협회장 1인이 전체 조직을 총괄하는 체제라는 점에서 현행 협회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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