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장 뎁힌 부동산 시장이 보내는 '신호'

입력 2018-01-18 16:18   수정 2018-01-19 13:12

한경 BIZ School
Let"s Master (3) 부동산투자 분석기법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 완화
서서히 시장에 온기 돌게 해
최근 투자심리 과열 조짐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안한 내용대로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규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의 빈사상태에 있던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포장이야 어떻게 됐든 핵심은 주택시장 활성화였다.

2013년 4월1일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서는 대규모 택지개발 중단,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공공분양주택 공급 축소를 선언한다. 택지개발촉진법은 경기 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등 신도시 택지개발을 일사불란하게 할 수 있는 개발법이다. 명칭 그대로 촉진법 즉, 특별법의 지위로서 수용 사용 개발방식으로 1기, 2기 신도시 개발에 공헌(?)했던 사실상 악법이다. 아무튼 이런 신도시 개발법을 폐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더 이상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블로그나 카페에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됐다는 글이 많이 보이는데, 택지개발촉진법은 아직 폐지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해 사실상 민간분양주택과의 분양가 차이로 시장교란의 오명을 쓰고 도마에 오른 개발제한구역 내 보금자리 지정 중단을 발표한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취득세를 면제하기로 하고, 미분양과 신축주택 외에 기존주택도 1가구 1주택자의 주택을 매입하면 양수인이 다주택자일지라도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하기로 결정한다. 정부에서 국가운영 재원인 세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정부가 투자자에게 마음껏 투자하도록 판을 벌여주는 것이다.

◆정책 누적되면 서서히 효과

하지만 침체 일로에 있던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완화정책 한 번으로 상승 기류를 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리학적 설명을 곁들이지 않더라도 한 방향으로 진행하던 에너지가 반대 방향으로 유턴하기에는 더욱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존 부동산시장에 박혀 있던 대못을 하나둘 빼기 시작했다.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 때까지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4·1 대책이 시행됐지만 부동산시장이 반등하지 않자 다시 대책을 발표했다. 2013년 8월28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 대책인데,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는 것이었다. 당시 9억원 이하 1주택 2%, 9억원 초과·다주택자 4%에서 6억원 이하는 1%, 6억원 초과~9억원 이하는 2%, 9억원 초과는 3%로 인하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차등 부과도 폐지한 것이다.

거래세 인하는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다른 부동산은 4%인 데 비해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 1%는 거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확실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부동산시장이 정부에서 희망하는 만큼 활기를 띠지 못했다. 그래서 2013년 12월3일 4·1, 8·28 대책의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그해 12월3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완전히 폐지한다. 다시 부활할지 모르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담스러워 주택 매입을 꺼리던 주택보유자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 불을 지폈으면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 듯도 한데 시장은 서서히 미지근하게 바닥을 다지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부동산시장에 참여했던 고수들은 투자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했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결과적으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부동산 정책의 변화는 고스란히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끼친다.

물론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시장이 바로 반응하지는 않는다. 계속된 조정장에서 투자 손실 또는 자산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이 대거 참여해야만 하는 상승장으로의 전환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시장을 회복시키고 활성화 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부동산값 결국 정부 정책 따라가

구들장은 전기장판과 달리 아궁이에 불을 때도 짧은 시간에 따뜻해지지 않는다. 구들장의 돌 두께가 두꺼워 데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메커니즘과 닮았다.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바로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다. 규제완화 정책을 여러 번 거듭하면서 시장에 온기가 서서히 돌기 시작하다 어느 시점에서 탄력을 받아 급격하게 달아오른다. 아이러니컬하게 한번 달아오르기 시작한 시장은 정부에서 규제완화 정책을 더 이상 내놓지 않아도 관성에 의해 지속적으로 활황세를 보이게 된다.

부동산시장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실수요, 투자수요를 구분하지 않고 시장 참여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투자심리가 확산되면서 부동산시장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게 된다. 그림의 그래프는 전국의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를 나타낸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으나 인기 지역은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의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쓰면 결국 부동산시장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라는 신호를 주면 사야 하는 이유다.

구만수 < 국토도시계획기술사사무소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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