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논란서 배우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도
비트코인 가치에 대해
서로 상반된 시각 보여
비트코인 거래 과열 우려에
정부 대책도 우왕좌왕
정확한 상황인식 가지려면
기존 인식의 틀 깨야
최근 모임에 갔다가 K선배의 얘기를 들었다.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대기업에서 고위임원으로 퇴임했고, 2013년 당시 퇴직금의 상당부분을 아마존에 투자했다. 얼마 전 이를 처분해 수익을 냈다고 한다. 그는 만날 때마다 “주식은 투자를 하는 거지 투기를 하는 게 아니다”며 “미래 가치를 보고 현재에 투자해서 가치가 현실화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투자”라고 강변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정부는 거래소 폐지를 검토한다는 얘기를 했다가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가 집단 반발하자 한 발 빼는 등 입장을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쟁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과 중국 등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고, 개인들도 천차만별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했다. 반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에 막대한 가치가 있다는 말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스운 얘기”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화폐로서 ‘실체적 가치와 교환 가치가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다. 거래량과 가격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씩 뛰는 것도 비트코인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원인이다.
실체적 가치가 없다는 부분은 비트코인으로선 억울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미국 등 선진 각국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돈을 찍어내는 것에 반발한 결과다.
한편으론 지구상에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든 게 가상화폐다. 거래의 신뢰성, 투명성, 거래비용의 효율성 등 장점 때문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무용론과 함께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거래소 폐지론까지 비화됐다.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내가 지금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보는 게 아닌지 끊임없이 자문해봐야 한다. K선배의 투자 얘기를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과거의 패러다임에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본인 인식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고민과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어렸을 때 ‘알아야 면장을 하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중에 그 말이 공자 논어편에 있는 면면장(免面牆: 담벼락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함을 면함)에서 유래됐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어릴 때는 도지사, 시장, 군수, 읍장, 면장으로 이어지는 행정직급의 맨 말단에 있는 면장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도 ‘잘 알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최근의 비트코인 논란을 보면서 어릴 때 그 얘기가 다시 떠올랐다. 면장(面長)을 하려 해도 잘 알고 공부해야 하는데….
전창록 < 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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