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펀드에 1500억원 출자
[ 조진형 기자 ] “시장 활성화 관련 정책이 나올 때마다 증권 유관기관 자금을 ‘쌈짓돈’처럼 가져다쓰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중 하나인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 가동을 앞두고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익성이 불투명한 펀드에 유관기관 자금이 동원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 유관기관들은 상반기 내 3000억원 규모로 출범하는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에 1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거래소와 증권금융이 각각 300억원, 예탁결제원이 200억원, 금융투자협회가 100억원, 코스콤이 70억원을 내기로 했다. 운용을 맡는 한국성장금융도 500억원을 출자한다. 나머지 1500억원은 연기금 은행 등에서 끌어올 계획이다.
이 펀드는 △코스닥 시총 하위 50% 종목 △기관 비중이 낮은 종목 △3년간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 △기술특례상장 기업 등에 집중 투자한다. 한 유관기관 관계자는 “선심성으로 조성되는 스케일업 펀드가 수익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정책 펀드에 ‘동원령’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거부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유관기관들은 작년에도 두 개의 정책 펀드에 자금을 댔다. 작년 초 조성된 2차 채권시장안정 펀드에 거래소 744억원, 예탁결제원 558억원 등 2000억원 가까이 댔다. 작년에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유관기관들은 20% 안팎의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한 달 전엔 3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사회적 경제기업 투자펀드에도 자금을 대기로 했다.
2013년엔 코넥스시장 출범과 함께 15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코넥스공동 펀드에도 출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시 안정화를 위해 결정된 증권 유관기관 공동펀드는 2015년 출범한 ‘민간연기금 투자풀’에 귀속됐다.
또 다른 유관기관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유관기관 자금으로 시장을 떠받치는 구시대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며 “유관기관도 엄연히 주주가 있는 민간기업인데, 손실이 나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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