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기'에 날카로워지는 규제 칼날
게도 구럭도 다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개발자가 비트코인을 개발한 지 10년이 됐다. 첫 번째 암호(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1400여 개의 암호화폐가 탄생했으며 이 순간에도 새로운 기업들이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암호화폐를 쏟아내고 있다. 수많은 블록체인 기술 관련 기업이 새롭게 탄생하고 동시에 암호화폐를 연이어 발행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치솟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과열 투기 바람이 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무분별한 암호화폐 투기를 잡아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계좌 발급을 전면 금지하고 실명계좌로 전환하기까지 거래소의 신규 회원 유입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또 거래소들이 유사수신 행위나 시세를 조종한 혐의가 있는지, 거래소가 실제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전면 조사하는 중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과열되고 있는 투기 바람 속에서 거래소, 은행을 중심으로 한 불법행위를 막아보겠다는 정부의 규제는 도리어 암호화폐 가격을 크게 요동치게 하고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처럼 암호화폐 투기 및 정부 규제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해 새로운 분야와 융합하면서 더욱 진화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사용처 또한 확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변화 중 하나로 이제 미래 산업은 해당 분야의 유용한 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푸드코인(Foodcoin)은 농부, 농산물 가공업자, 운송업자 등과 같은 식품과 관계 있는 사람들이 같은 생태계 안에서 주고받으며 직거래를 하고 ‘스마트 계약’이라는 기능을 활용해 중간 중개인 없이 상호 간에 계약을 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식품 생태계의 화폐다. 파일코인(Filecoin)은 다양한 사람의 컴퓨터에 있는 저장장치 중 사용하지 않고 비어 있는 부분을 인터넷상에서 임시로 대여해주고 빌려 쓰기도 하는 스토리지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코인이다. 푸드코인은 지난해 12월 말 ICO를 통해 2000만달러를 투자받았고 파일코인은 지난해 12월 중순 2억달러를 투자받아 각자 코인 기반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흥미로운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다.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융합된 ‘크립토AI’라는 분야로, AI코인(AIcoin) 기반의 인공지능 분야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AI코인은 복잡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을 여러 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나눠서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코인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이런 생태계에서는 IBM의 ‘왓슨’ 같은 거대한 인공지능 컴퓨터가 아니라 여러 대의 소규모 인공지능 컴퓨터가 함께 문제를 풀고 이에 대한 보상을 한다. ‘집단지능’을 이용해 문제 해결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에 속한 기업으로는 싱귤래리티넷(SingularityNET)이 있다. 싱귤래리티넷은 지난해 12월 3억달러를 투자받는 등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묻지마식 투기 바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미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꿀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코인 기반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것 또한 무시 못할 사실이다.
미래 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코인이 대거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진흥시키고 어떤 것을 투기로 규정해 금지하는 것은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그중 한 마리라도 잡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박수용 < 서강대 교수·컴퓨터공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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