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사람 더 쓰시라"… 식당주인 "그러면 남는게 없다"

입력 2018-01-19 19:03   수정 2018-01-20 07:22

현장에서

최저임금 현장점검 나선 청와대·정부… 돌아온 건 '싸늘한 반응'

홍 수석, 식당주인 냉대에 젓가락만 들었다가 발길 돌려
외식업중앙회 찾은 홍 수석 "최저임금 인상이 골목상권 살릴것"



[ 오형주 기자 ] 19일 서울 신당동의 한 식당.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홍 수석과 김 장관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라 정부가 지원키로 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홍보하기 위해 신당동을 찾았다. 청와대 참모들부터 홍보에 적극 나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현장 행보였다. 이곳에서 6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다는 A씨는 홍 수석 등이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조그만 식당은 최저임금 인상이 너무 힘들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수석은 “그래서 저희가 매월 13만원씩 일자리 안정자금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쌀밥을 선호하지 않아 식당에 오질 않는다”는 얘기도 꺼냈다. 김 장관은 “농식품부가 젊은이들이 쌀밥을 먹도록 만들겠다”며 “정부는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현재 9%에서 5%까지 끌어내리는 등 집중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홍 수석과 김 장관 앞 테이블에는 파전 등 먹을거리가 차려졌다. 홍 수석은 파전을 맛보라는 권유에 젓가락을 들었다. A씨는 하소연을 계속 이어갔다.

“제가 아침 9시에 나와서 새벽 1~2시까지 계속 일해요. 사람을 더 쓰고 싶지만 너무 어렵네요.”

“파트타이머(시간제 근로자)를 좀 쓰시죠.”(홍 수석)

“그러면 남는 게 없어요. 마음 같아선 점심 장사는 접고 저녁 장사만 하고 싶어요.”(A씨)


A씨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이어가자 머쓱해진 홍 수석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조용히 내려놓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홍 수석과 김 장관이 신당동 식당 주인들의 냉랭한 반응을 마주한 건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고깃집 주인 B씨는 두 사람이 방문해 애로사항을 묻자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좋은데 너무 올라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다음 번부턴 최저임금을 적정선에서 단계적으로 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당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렵지만 성장의 모멘텀을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경제수석이 여기 직접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했다. B씨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아이고,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다른 식당들에서도 “사정이 있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려는 직원들도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달라”, “외국인이 아니면 일할 사람도 없는데 인건비 감당을 도대체 어떻게 하느냐”는 등 불만과 요구사항이 쏟아졌다. 한 식당 주인은 “최저임금 인상이 서민들의 지갑을 열게 해 궁극적으로는 식당 매출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김 장관의 설명에 “장관님이 얘기하는 것처럼 세상일이 쉽게 안 된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가 현장을 찾았다가 냉대를 받은 사례는 전날에도 있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서울 신림동의 한 분식점을 찾아 종업원에게 “(최저)임금이 올라야 쓸 돈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장사가 잘돼야 임금을 받는 게 편하다”는 대답을 듣는 등 진땀을 뺐다.

홍 수석은 현장점검을 마치고 한국외식업중앙회를 찾아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임금 수준이 유지되면 가계소득과 소비가 늘고, 이는 골목상권의 매상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홍 수석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소득주도성장론’을 입안한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현실 경험이 부족한 그가 경제수석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받아든 현장의 따가운 눈총과 불만 섞인 목소리를 얼마나 무겁게 느꼈는지, 그 결과는 어떨지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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