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중국 '19기 2중전회'와 한국의 기회

입력 2018-01-21 17:57  

"정부주도·광역경제 중심 신경제정책
유연함 가로막는 비효율성 우려도
한국, 중국 지방·중소기업과 협력 강화해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중국공산당이 지난 18~19일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제19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19기 2중전회)를 개최했다. 서둘러 헌법 개정 분위기를 띄워 올해에는 본격적으로 ‘시진핑 신(新)시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열어가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신시대’ 앞에 시진핑의 이름이 꼭 들어가고 1980년대 후반에 중국 지도부가 쓰던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표현을 다시 들고나왔다는 점이다.

앞에 시진핑이 꼭 따라붙는 것은 ‘시진핑의 시대’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이미 장쩌민 시대에 개정된 중국 헌법에서 중국은 ‘사회주의시장경제’임을 명확히 했음에도 다시 시진핑 지도부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꺼내든 것은 시장보다 국가 관리 쪽에 비중을 둔 복고(復古) 분위기를 드러낸다. 한마디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로 방대한 중국 경제를 일사불란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18~20일 열린 ‘중앙경제업무회의’ 내용을 보면 중앙정부가 세부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상명하달식 지침의 성격이 강하다. 주민 생활수준 향상과 환경보호 등의 일상적 정책 과제 외에 눈에 띄게 강조한 것은 ‘공급개혁’, ‘일대일로(一帶一路)’, ‘지역통합 발전’ 등이다. 특히 공급개혁과 지역발전 부분은 앞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 조정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국의 공급개혁은 석유위기 이후 1980년대에 미국에서 소득세율 인하와 기업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을 꾀했던 공급(supply side) 경제학과는 다르다. 이번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도 중국은 공급개혁을 공급과잉 기업의 도태와 ‘국유자본을 강하고, 우수하며, 크게’ 촉진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한마디로 국유부문의 강화다. ‘일대일로’ 역시 해외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 무역을 확대하고,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 전략임을 밝혔다. 지역발전 계획은 전통적인 성(省) 단위의 경제구조를 베이징, 상하이, 중서부, 동북3성, 홍콩마카오 지역 등의 광역 경제로 통합 재편하고, 거점 도시를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과 도시화를 통해 현대화한다는 것이다. 철저히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기획 발전’ 개념을 적용했다.

시진핑 시대의 ‘권위주의 경제’는 비효율성을 수반할 것이다. 14억 명의 방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은 다양한 지역 사회 경제 기반, 연안지역과 내륙지역의 현격한 발전 수준 차이 등을 안고 있다.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인터넷 망과 9000만 명에 가까운 중국공산당원의 사회 통제 조직을 기반으로 한 경직된 관리시스템은 시장경제가 필요로 하는 유연함과 자율적 변화 능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시진핑 시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비효율적 제도와 권위주의 정책의 한계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와 기업에는 기회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중국 경제 전략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이며 문제 해결형의 협력 대상에 중국 기업은 목마르다.

중국 중앙정부가 ‘큰 칼’로 재단하는 ‘대(大)정책’의 획일성 속에서 나름대로 현대화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2000만 개 이상의 지방 기업 및 중소기업과 협력 발전할 수 있는 최선의 파트너는 한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의 가성비(價性比) 높은 공정(工程)기술과 세계 경영 경험은 지방정부의 보호 장벽을 벗어나 광역화된 시장 경쟁에 노출될 중국 기업에 꼭 필요한 요소다. 중국은 인건비를 포함한 관리 비용 상승이나 연안지역의 시장 포화(飽和) 등을 이유로 한국 기업이 외면할 대상이 아니다. 중국의 기업현대화 및 도시화 물결과 ‘일대일로’의 포장 속에 진행되는 국가 전략의 정책 공간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외연을 넓이고, 4차 산업혁명의 사다리를 능동적으로 오르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을 한국의 경쟁상대나 새로운 진입이 힘겨운 소비 시장으로만 보기에는 아까운 기회다.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외교통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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