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뛴다] "두렵지만 과감하게…" 기업들 위기 뛰어넘는다

입력 2018-01-2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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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더 커진 경영환경… 주요 기업 생존전략


[ 도병욱 기자 ]

“생존이 불확실하다.”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정치·경제 환경은 예측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유난히도 변수가 많은 한 해를 지나온 탓일까. 대한민국 경제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 총수 대부분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불안함을 드러냈다.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에게는 매 순간이 위기겠지만, 올해는 유난히 위기감의 강도가 세다. 나라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질 대로 커져 ‘시계(視界) 제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원화 강세와 고금리, 유가 상승, 미국 및 중국의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불안 등 리스크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경영인들이 한목소리로 위기 의식을 드러낸 만큼 이들이 제시한 위기 극복 방안도 일맥상통했다. 책임감과 끊임없는 혁신이 그 답이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는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난해 성과에 자만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미래를 창조하는 초일류 기술회사 △지속 성장 가능한 조직문화 창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등 세 가지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을 통해 판매·생산·손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룹의 내실을 다져 나가기 위해 수익성 기반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리스크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그룹의 전 부문이 열린 마음과 능동적인 자세로 유기적 협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올렸지만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며 “서든데스(돌연사) 시대에 올드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딥체인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기존의 껍질을 깨는 파격적 수준의 비즈니스모델 혁신이 딥체인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동시 추구 △기업 인프라 외부와 공유 △새로운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등 세 가지를 올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근본적 변화’를 제시했다. 구 부회장은 “보호무역의 거센 파고와 글로벌 경기 악화 가능성 등 정치·경제 환경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익숙했던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 사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개발(R&D) 혁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확보, 사업 방식의 철저한 변화,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등을 올해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사회 트렌드와 가치 변화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욜로(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으로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자)’ 등의 용어를 거론하며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고 예상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원가절감 혁신과 새로운 영역으로의 진출을 강조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당부했다. 절차탁마는 중국 고전 《시경》에 나오는 말로 칼로 다듬고 줄로 쓸며 망치로 쪼고 숫돌로 간다는 뜻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비등점을 예로 들며 목표 달성을 위한 집요함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물을 끓게 하는 100도와 99도를 결정짓는 것은 단 1도의 차이”라며 “여러분의 포기하지 않는 1도의 혁신이 개인과 조직, 회사의 잠재 역량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적 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업문화가 그룹 전반에 자리 잡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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