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벌써 끌려다니면… 북한 '과잉 배려'한 정부

입력 2018-01-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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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아 기자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의 1박2일 행보는 크게 주목받았다.

신변 보호 차원이라고 했지만 이틀간 총 1000여 명에 달하는 경찰 인력이 경호와 폴리스라인에 동원됐고, 국가정보원 직원들은 통일부 차원에서 구성한 취재진의 근접취재를 몸으로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물리적 압력을 가하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KTX 특별열차까지 긴급 편성됐고, 숙소에서도 일반 투숙객 및 취재진과 철저히 격리된 채 특급 경호를 받았다.

이날 통일부의 정례브리핑 내용은 북측을 과도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백태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날 통일부가 배포한 현송월 영상에서 말하는 장면이나 웃는 장면이 빠져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북 연락관 접촉 등을 통해 서로 기본적으로, 남북 합의사항이 있다”고 답했다. “거부 입장이라기보다는 사전점검단은 시설점검을 위해서 왔기 때문에 여기에 충실하고 싶다는, 그런 입장을 밝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백 대변인은 국내 언론의 인터뷰 문제에 대해선 “인터뷰 부분과 관련해서도 제가 정확한 표현은 모르는데 그쪽(북측)에서 꺼리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9~20일 하루 새 입장 번복 소동을 벌인데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만 전했다. 통일부는 앞서 20일 “북측의 파견 중지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 단장 일행은 이번 방남 기간 이와 관련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현 단장 일행의 방남은 지난 15일 남북 실무접촉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실무접촉은 이제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군사당국회담, 비핵화 의제 논의, 나아가선 북·미 대화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처음부터 북한에 너무 끌려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앞으로 ‘회담의 판’이 커졌을 때 어떻게 될지 우려된다.

이미아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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