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병욱 기자 ]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24일 공장 문을 닫고 상경 투쟁을 벌인다. 노조의 동의서를 포함한 경영정상화 계획서(자구안) 제출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다. 노조가 다음달 26일까지 회사 자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차입금 만기 연장 결정을 취소한다. 그러면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노조는 자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24일 오전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앞에서 시위한 뒤 오후엔 광화문에서 열리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신년 투쟁 선포식’에 참여한다.
노조 논리의 핵심은 ‘우리가 잘못한 게 없으니 희생하거나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진이 지난해 12월부터 회사가 곧 부도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갔지만, 결국 채권단은 채무를 연장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회사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현실이 ‘거짓과 허구’라는 얘기다. 이런 생각은 “채권단과 정부에 대한 압박 투쟁을 계속하면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과연 그럴까. 회사의 경영 악화에 노조 책임이 없다는 주장부터 틀렸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인 2011년과 2012년, 2014년에도 파업을 강행한 노조다. 워크아웃 졸업 직후인 2015년엔 39일간 파업을 강행해 15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을 발생시켰다. 그런데도 직원 평균 연봉은 계속 올랐다. 지난해 기준 금호타이어 직원의 평균 연봉은 6900만원이다. 전년 대비 15% 늘었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6800만원)와 넥센타이어(6100만원)를 웃돈다.
회사가 ‘엄살’을 떨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3분기 50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타이어 ‘빅3’ 중 유일한 적자 기업이다.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호타이어는 이를 갚을 돈이 없다. 채권단이 만기를 연장해 줘서 겨우 한숨을 돌렸다.
노조가 투쟁 강도를 높이면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정반대다. 노조 투쟁이 이어지면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 주겠다는 채권단 결정이 취소될 가능성만 높아진다. 노조가 회사 운명을 볼모로 도박을 하고 있다.
도병욱 산업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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