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계좌서 하루 1000만원 넘게 입·출금땐 자금세탁 의심"

입력 2018-01-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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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실명제 도입

정부,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발표

기존 가상계좌 서비스 중단
실명 확인받은 은행 계좌
거래소 등록 계좌와 연동
기존 거래자도 계좌 바꿔야

하루 5회 이상 거래도 은행들이 모니터링해야
일부 거래소 시세조종 의심



[ 박신영 기자 ]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23일 내놓은 대책은 두 가지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 때 실명확인을 시작하고, 자금세탁으로 의심되는 거래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대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상화폐 거래에 이용된 자금 출처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 마련이다. 가상화폐의 실제 소유주를 확인함으로써 범죄 자금의 자금세탁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으로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신(新)가상계좌 시스템 구축

금융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새로 시행되는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 관련 업무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에 가상화폐 거래희망자는 가상화폐거래소에 가입·등록을 한 다음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받은 가상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사고팔았다. 가상계좌란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은 임의 계좌다. 기존 가상계좌는 돈을 보낸 사람의 실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30일부터 시행되는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다. 은행들이 가상화폐거래소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것은 같다. 이 가상계좌가 실명확인을 거친 거래희망자의 입출금계좌와 연동된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누가 얼마큼 돈을 주고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가상화폐 신규 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은 은행에서 실명확인을 거쳐 계좌를 개설한 다음, 가상화폐거래소에 해당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 은행은 계좌주 정보와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받은 거래자 정보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은행과 가상화폐거래소 등에서 실명확인을 받은 거래자는 가상화폐거래소로부터 받은 가상계좌를 통해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은행, 자금세탁 감시 강화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가상화폐 거래자가 가상화폐거래소와 하루에 1000만원 이상 혹은 1주일에 2000만원 이상 거액의 금융거래를 하면 은행은 해당 거래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해당 금액은 참고 기준일 뿐 이보다 소액을 거래하는 경우를 자금세탁 관련 모니터링에서 제외해서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개인이 가상화폐거래소와 하루에 5회 이상, 혹은 1주일간 7회 이상 거래하는 등 짧은 기간 빈번하게 거래하는 경우도 자금세탁 거래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법인 또는 단체가 가상화폐 취급업소와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도 자금 소유주가 누군지 감추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을 의심해야 한다고 금융당국은 권고했다.

은행들은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도 적용해야 한다. EDD는 고객 명의(성명과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연락처, 거주지, 금융거래 목적과 자금출처 등을 추가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가상화폐거래소의 위법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 은행은 가상화폐 취급업소가 취급업소의 임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경우도 의심거래로 신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한 가상화폐거래소는 5개 은행 계좌로 받은 109억원의 자금 중 42억원을 거래소 대표자 명의 계좌로, 33억원을 사내이사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로 보낸 사실이 적발됐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다른 가상화폐거래소 계좌로 이체한 사례도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상시 점검을 통해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은행들이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엔 영업 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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