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큰 사고 겪은 뒤 악몽·불면·우울… 배려와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입력 2018-01-24 16:49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교통사고·가정폭력·질병 등
생명위협 경험한 뒤 불안 증세

죄책감·자살 생각 늘어나면
적극 치료받아야 하는 단계



[ 이지현 기자 ]

지난해 말은 각종 재난 사고로 떠들썩했다. 11월 경북 포함에서 기상청 관측 사상 역대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12월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불이 `나 5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재난 사고는 당사자나 주위 사람에게 긴 후유증을 남긴다. 대표적인 것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다. PTSD는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고를 겪은 뒤 나타난다. 이기경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PTS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정신질환을 개인의 나약함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PTSD와 같은 정신질환을 방치하면 삶의 질을 무너뜨리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치료를 돕는 등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PTSD 발현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외상 사건을 경험한다. 대다수는 안정적 수준으로 심리적, 신체적 기능을 회복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은 외상 사건을 경험한 뒤 다양한 형태의 불안장애를 겪는다. PTSD로 인한 불안장애는 세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사건이 지속적으로 떠오르거나 악몽을 경험하는 재경험, 외상과 관련된 자극을 피하는 회피, 반응 속도가 떨어지거나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잉각성이 그것이다. 우울증, 불안, 수면장애 등을 겪는 이도 적지 않다.

PTSD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전쟁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재난이다. 재난이 생기면 직접 피해를 겪은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인도 PTSD를 겪게 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구조활동 때문에 PTSD를 경험해 치료가 필요한 소방공무원은 전체의 6.33%에 달한다. 일반인의 PTSD 평생 유병률 1.6%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일상생활에서도 PTSD를 겪을 수 있다. 교통사고, 가정폭력, 질환 등으로 신체나 생명의 위협을 경험했을 때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 환자 중 6개월 안에 PTSD가 발병한 환자는 전체 암 환자의 21.7%에 달한다. PTSD 진단 환자 중 3분의 1은 4년 뒤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됐다.



◆개인 의지 문제가 아닌 질환

과거에는 PTSD 등 정신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의지박약 등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일이 많았다. PTSD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다.

PTSD가 생길 정도의 사건은 상당한 충격을 준다. 환자 스스로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PTSD로 진단되면 심리 상담, 약물치료 등을 한다. 장기간 노출 요법으로 환자의 외상 원인을 파악하고 과도한 반응을 줄인다. PTSD의 원인이 된 경험이 삶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하도록 돕는다. 항우울제,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환자가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위로하고 지지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환자에게 PTSD가 생기게 된 경험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이 과장은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거나 가까운 가족 및 친구에게 일어난 트라우마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많아 PTSD를 호소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는 “특정한 트라우마 사건에서 벗어나기 어렵거나 수면과 식욕 변화, 심한 불안, 죄책감, 절망, 자살 등의 생각이 늘어난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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