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년 전에 ‘21세기형 유능한 최고경영자(CEO)’로 살던 사람. 바로 몽골의 칭기즈칸이다. 유목민에게는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가치다. 몽골의 강추위, 가뭄, 배고픔에서 살아남기 위해 몽골 밖을 보고, ‘더 나은 내일(better tomorrow)’이라는 꿈을 공유하며, 수평 마인드를 이룬 칭기즈칸의 리더십은 오늘날까지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신조를 지니고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했다.
수적 열세에서 세계 정복에 나선 몽골 유목민은 사람 수를 당장 늘릴 수는 없지만 속도는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축만 해도 오리나 돼지는 소나 말, 양과 달리 사람 손길이 많이 가는 동물이다. 그래서 그런 동물은 아예 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특히 말의 효용성에 주목하고 인류 사회의 획기적인 성과요, 사건이라고 일컬어지는 ‘말의 가축화’를 이뤄냈다. 그리고는 가축으로 키운 말을 이용해 보병과 보급선을 두지 않는 간편한 기병체제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놀라운 행군 속도와 신속한 명령체계를 창출해 농경 정착 문명의 군대를 제압했다.
전쟁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도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성공 비결이다. 20세기 경영의 핵심이 철저한 계획과 통제, 관리였다면 21세기 경영의 핵심은 단연 속도다. 격변하는 21세기에는 ‘리얼타임(실시간)’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현재의 비즈니스 생태계는 속도에 뒤진 초식 동물이 치타나 사자의 먹잇감이 되는 ‘사바나’와 같다.
아직 확립된 개념도 이론도 실체도 없지만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 속도의 충격 측면에서 3차 산업혁명과 확연히 다르다고 석학들은 강조한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중 하나로 테슬라가 아이디어를 낸 하이퍼루프(Hyperloop)라는 열차 형태의 차세대 이동장치 개발에 많은 업체가 도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진공 튜브에서 차량을 이동시키는 형태의 운송 수단으로, 최고 속력은 시속 1280㎞에 이른다. 서울~부산을 15분에 달릴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무조건 빨리만 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속도와 더불어 고객과의 약속,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 방향 결정, 높은 품질 수준 달성 등이 우선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장병우 < 현대엘리베이터 사장 bobjang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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