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반발에 정책 갈팡질팡… 재건축 시장 '혼란'

입력 2018-01-26 17:39   수정 2018-01-27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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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40년' 한발 뺀 정부

대상 단지 비강남이 85%
강남권 수급 악화도 우려
"언제든 쓸 수 있다" 속도 조절



[ 이해성 기자 ]
“도대체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한다는 겁니까. 안 한다는 겁니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강화 방안을 언급한 지 8일 만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신중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김 부총리 발언이 전해진 뒤 두 부처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님을 언급한 것”이라고 입을 맞췄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말부터 앞세웠다가 뒤늦게 정책 실효성을 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북 반발 감안?

재건축 연한이 최대 40년으로 환원되고 안전진단이 강화되면 바로 피해를 보는 곳은 1987~1991년 준공된 단지들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시기 준공된 서울 아파트는 약 24만8000가구다. 이 가운데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내 가구는 14.9%(3만7000가구)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5540가구) 등이다. 양천구 목동 12단지 등 나머지 85.1%(21만1000가구)는 강남 3구 외 지역에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 조례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재건축 연한이 40년으로 환원되면 재건축 가능 연도가 2017~2021년에서 2019~2031년으로 늦춰진다. 김 부총리가 이날 “재건축 연한을 늘리면 영향을 받는 것은 강남보다 강북”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인프라 노후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85.1%의 강북 단지’들의 사업 시기가 오히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강남권의 주택 수급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연한 강화를 주저케 하는 요인이다. 강남권 아파트 신규 공급 수단은 현실적으로 재건축밖에 없다. 연한을 강화하면 새 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다. 김 장관의 연한 강화 발언 직후 풍선효과가 예상되는 강남권 신축아파트와 분양권의 매물이 회수되고, 호가가 수천만원씩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눈치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로 쓸 수 있는 카드

재건축 연한 확대 및 안전진단 강화 방침과 관련해 국토부 내부에서도 혼선이 지속됐다. 지난 9일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재건축 연한 확대는)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도 안 돼 김 장관은 18일 “재건축 내구연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후 국토부는 실무선상에서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김 부총리 발언에 대해 국토부는 “재건축 연한 연장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구조안전 확보, 주거환경 개선 등 재건축 사업의 본래 목적과 제도개편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나갈 것”이라는 공식 자료를 냈다. 투기성 주택수요 근절을 우선 기조로 하고 있는 국토부 입장을 볼 때 언제나 쓸 수 있는 ‘카드’로 들고 있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회 처리 절차 등이 필요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사항이 아니라 하위법령인 ‘시행령’을 바꾸면 되기 때문에 시장 과열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추진할 수 있다.

김 부총리 역시 이날 “강남 집값 급등세는 투기적 수요가 상당히 작용했다”며 국토부 입장을 뒷받침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단은 엄포용으로 사용하다가 강남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결국 꺼내 들 카드로 보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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