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화재, 났다 하면 대형
1990년대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응급 행동요령 '말뿐인 매뉴얼'
[ 박상용 기자 ] “잠시만 방심해도 대형 참사.”
방재 전문가들이 화재에 취약한 병원의 특성을 공통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병원에는 호흡기 질환을 앓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아 화재에 유독 취약하다는 얘기다.
26일 37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비롯해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국내 병원 화재 참사는 4건이다. 밀양 화재에 이어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사고는 1993년 4월19일 일어난 충남 논산 서울신경정신과 의원 화재다. 담배꽁초에서 옮겨붙은 불이 커지면서 34명이 숨졌다. 불이 잘 붙는 가연성 스티로폼으로 건물 내부가 꾸며진 데다 환자들이 탈출할 창문도 없어 피해가 컸다.
나머지 2건은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했다. 2010년 11월12일 경북 포항시 노인요양센터 화재로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당시 불길이 30분 만에 잡혔는데도 피해가 컸던 것은 입원환자 대부분이 치매나 중풍으로 거동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2014년 5월28일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는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2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불이 난 2층에 50~90대 환자 34명이 있었지만 사고 당시 간호조무사 단 한 명만 근무해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밀양 세종병원 같은 중소 규모 병원은 화재에 더욱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소병원은 법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화재 피해를 키울 우려가 있다. 세종병원에도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의료시설은 바닥면적 합계 600㎡ 이상인 정신의료기관·요양병원, 층수가 11층 이상인 의료기관 또는 4층 이상에 있고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의료기관이다. 세종병원은 이 기준에 미치지 않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불길과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번지는 만큼 무엇보다 환자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도 이 점을 ‘의료기관 화재관리 안전매뉴얼’에 적시하고 있다. 매뉴얼은 병원에 지휘반, 소화·진압반, 대피유도반, 구조·구급반 등으로 구성된 자위소방대를 두도록 하고 있다. 불이 났을 때 행동요령을 정해놓고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지만 응급상황에서는 그야말로 매뉴얼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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