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정현, 로저 페더러와의 4강전서 기권 "황제의 벽은 높았다"

입력 2018-01-26 18:41   수정 2018-01-26 19:04

정현, 발바닥 부상으로 호주오픈 4강전 2세트 도중 기권



"황제의 벽은 높았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이 로저 페더러(스위스)와의 경기에서 기권하며 2018 그랜드오픈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12일째 남자단식 4강전 페더러와 경기에서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정현은 시합 시작 40분도 안돼 첫번째 세트를 내줬다. 고령의 나이로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던 페더러는 역시 스피디하면서 정확도 높게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2세트 게임스코어 1-2에서 브레이크를 당한 정현은 게임스코어 1-4까지 벌어진 이후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고 왼쪽 발바닥 물집을 치료하는 등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기권승을 거둔 페더러는 ‘황제’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로 메이저 대회 우승만 19회로 현역 선수 중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페더러는 호주오픈에서만 다섯 번 우승했다. 특히 지난 2017년에는 만 35세 5개월의 나이로 역대 두 번째 최고령 호주오픈 남자 단식 우승 기록을 세웠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도 4강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건재함을 과시 중이다.

이날도 페더러는 경기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높은 첫 서브 성공률을 보이며 경기를 압도했다.

세계랭킹 58위인 정현은 세계랭킹 2위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심리적인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며 끝내 무릎을 꿇었다.

정현은 경기도중 물집 투성이인 발에 감은 테이프에 이상이 있는 듯 메디컬타임을 신청했으나 끝내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경기 한시간만에 기권했다.

페더러는 코트 인터뷰에서 정현에 대해 "처음엔 컨디션이 좋아서 부상인 줄 몰랐으나 이후 움직임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부상의 고통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기권승으로) 결승에 올라가고 싶진 않았는데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멋진 정신력과 체력을 갖춘 훌륭한 선수다"라고 정현을 높게 평가했다.

비록 기권패 했지만 정현은 호주오픈 대회기간 동안 경기를 거듭하며 성장했다. 이는 정현을 상대한 선수들에게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 독일)는 3라운드 패배 후 “오늘처럼만 경기하면 정현을 이길 상대는 별로 없을 것이다”고 했고, 노박 조코비치(14위, 세르비아)는 “정현은 벽과 같았다. 머지 않아 TOP 10에 진입할 것”이라며 치켜세웠다. 8강에서 만난 샌드그렌은 “정현은 빠른 시일 내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며 차세대 우승후보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현은 4강전에 임하면서 "페더러와 경기를 하게 된 것만도 영광이다. 주니어 선수들이 내 뒤를 잘 따라오며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전 진출로 약 7억5000만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한편, 페더러는 결승전에서 마린 칠리치(6위, 크로아티아)와 우승을 놓고 대결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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