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거래액 4조원 만든 위메프 '특가'의 비밀

입력 2018-01-28 19:17   수정 2018-01-29 06:27

가격에 집중하는 전략 고집
정점 지난 상품가격 확 낮춰

협력사엔 재고 소진 기회
유행 지난 티셔츠 특가 판매로
최대 판매 기록하기도

소비자는 싼 값에 구입



[ 안재광 기자 ]
지난해 12월12일 소셜커머스 위메프에 ‘특가 상품’이 떴다. 하기스 기저귀 체험팩 1212원, 엠넷뮤직 3개월 이용권 12원 등이었다. 월(12월)과 일(12일)이 겹치는 날 올라오는 위메프의 ‘특가 데이’ 행사 상품이었다. 위메프가 이날 특가로 내놓은 상품은 1200개가 넘었다. 이 특가 상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위메프 하루 거래액은 300억원을 넘었다. 국내 소셜커머스 하루 거래액 중 역대 최대였다. 위메프 관계자는 “가격에 집중한 전략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거래액 4조원을 기록한 위메프의 힘은 지금도 가격에서 나오고 있다.

◆소셜커머스 본질 가격에 집중

위메프는 2016년 11월11일 처음 ‘특가 데이’를 만들었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 등 해외에서 벌어지는 할인 행사에 대응하는 게 목적이었다. 소셜커머스의 본질은 가격 경쟁력인데 가격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고 봤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았다. 그 다음달에는 ‘1212데이’, 그 다음달에는 ‘11데이’ 등으로 이어갔다.

특가 상품은 위메프 상품기획자(MD)와 협력사 간 협업의 산물이다.

위메프는 “하루만 가격을 낮추라”고 ‘갑질’을 하거나 ‘읍소’하지 않았다. 대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상품별 ‘라이프 사이클’부터 파악했다. ‘개발→시장 진입→성장→포화→쇠퇴기’ 중 어디에 속하는지 하나하나 조사했다. 수익이 확 떨어지거나 적자가 나는 포화, 혹은 쇠퇴기에 있는 상품을 ‘특가 상품’으로 끌어들였다. 물건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도 동의했다.

재고를 오래 갖고 있으면 관리비용이 늘고, 시간을 지체하면 더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을 대폭 낮추더라도 팔 수만 있으면 파는 게 득이라고 협력사를 설득했다.

특가 행사에 나간 상품 중 일부는 ‘쇠퇴기’에서 다시 ‘성장기’를 맞기도 했다. 여성 의류 전문기업 제이엠어패럴의 브랜드 ‘JC스타일’이 그랬다. 작년 5월 ‘55데이’에 5900원짜리 롱티셔츠와 바지를 팔았다. 이날 하루에만 약 1만3000장이 나갔다. 이 회사 역대 최대 매출이었다.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 쇠퇴기에 있던 롱티셔츠가 다시 성장기를 맞았다. 임재필 제이엠어패럴 대표는 “특가 행사 참여로 소비자에게 상품과 브랜드가 각인돼 큰 광고 효과를 봤다”고 했다.

신제품이 특가 상품에 뜨기도 한다. 상품을 알리는 것이 당장의 수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업이 이 방식을 활용한다. 위메프는 이런 신상품을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줬다. 협력사와의 관계가 위메프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로 특가 행사 확산

가격에 집중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특가데이 이후 작년 ‘1111데이’까지 1년간 특가데이 13회 행사에 모두 참여한 협력사 수가 1만3161곳에 달했다. 지난달 ‘1212데이’에 하루 매출 1000만원 이상 거둔 협력사는 467곳에 달했다. 이는 첫 특가데이 행사 때보다 다섯 배나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 반응도 좋았다. 작년 ‘1010데이’에 하루 거래액이 처음 200억원을 넘었다. 국내 소셜커머스업계 첫 200억원 돌파 기록이었다. ‘1212데이’ 때는 300억원도 깼다.

위메프의 특가 행사는 업계로 확산됐다. 11번가는 작년 11월 ‘십일절 페스티벌’이란 행사를 열었다. ‘11’이 겹치는 11월11일을 잡아 대대적 할인 공세를 펼쳤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동시에 ‘빅딜’ 행사를 했다.

위메프는 앞으로도 가격에 집중할 계획이다. ‘로켓배송’ ‘총알배송’ 등 온라인쇼핑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배송 전쟁’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MD가 하나하나 기획해 판매하는 지금의 소셜커머스 형태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쿠팡, 티몬 등이 오픈마켓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단순히 연결만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오픈마켓 사업은 상품 구색이 확 넓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 정책을 짜거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대신 큐레이션(맞춤형 추천) 기능을 강화해 소수의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게 위메프의 전략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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