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ICT] 거대 폭풍 앞에 선 한국의 ICT 정밀의료 산업

입력 2018-01-29 16:23  

기고

김용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



4차 산업혁명 도래와 함께 정밀의료 열풍도 매우 거세다. 미국 영국 등 많은 나라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앞다퉈 경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 당장 오늘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10년 뒤를 생각한다면 현재의 혁신과 투자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 혁신을 멀리 했다가 큰 낭패를 본 노키아라는 기업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지 않은가. 휴대폰을 생산한 노키아는 1998년 당대 최고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현실에 취해 투자와 혁신을 등한시 한 나머지 불과 10여년 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인수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을 발표한 애플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것도 불과 1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참으로 시장이 무섭다.

우리나라 의료산업 또는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생각해보면 혁신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 서 있다. 의료에 ICT기술을 얹어 생활환경 및 습관정보, 임상정보, 유전체정보 등을 분석·진단하고 치료부터 예방에 이르는 개인별 맞춤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밀의료가 혁신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풍에 응답하듯 세계 정밀의료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12.6%의 고성장을 거둘 것이라고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고급 의료 기술과 앞선 ICT서비스 환경이 결합해 정밀의료를 향한 혁신에 성공한다면 1%대에 머물러 있는 시장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을 지원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선점한다면 이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이다. AI 결합으로 의료진의 진단 성과는 42% 향상되고 의료비는 60% 가까이 절감된다고 하니 이런 혁신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밀의료라는 맞춤형 치료로 고부가가치의 의료시장을 선점함과 동시에 치료 기간, 치료비, 간병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이제 막 혁신을 시작한 한국 정밀의료 산업은 많은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유전체 정보뿐만 아니라 의무기록, 생활습관 등 빅데이터 정보를 통합·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이 모든 것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로 서비스된다는 얘기는 지방 중소병원도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수준의 정밀의료 진단, 처방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단독으로 병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소요되는 초기 구축비용을 절감시켜 지방 중소병원들이 원하는 기능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 나아가 지능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 개인의 특성에 따른 질병 예측과 진단, 치료 지원도 가능해진다. 이는 전 국민의 건강증진, 수명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크나큰 의미를 지닌다.

정밀의료 시장을 향한 격전은 이미 시작됐다. 관련 기술 최고 보유국인 미국은 정밀의료 발전계획 발표와 함께 열성적으로 추진 중이며, 영국은 10만 게놈프로젝트를 필두로 국가 주도로 의료데이터 수집·분석을 시작했다. 시장의 선두주자가 우리보다 더 빨리 뛰어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아직 한국 정밀의료 기술은 미국 대비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가 정밀의료 기술에 관한 집중 투자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이러한 혁신 없이 보낸 10년 후 의료산업지형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장세에 놓여 있는 시장을 잃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앞서간 나라의 기술을 사오면서 지불하게 되는 로열티는 또 어떨 것인가. 국가 재정 건전성을 뒷받침해줄 배경도 이루지 못할 것이며, 높아져 가는 건강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맞춤형 의료서비스 시작도 10년이 아닌 20년 뒤로 늦춰질 수 있다.

우리에겐 앞선 ICT 환경이 있으니 전망이 밝다. 10년 뒤를 생각하자. 정밀의료 혁신에 성공해 건강복지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앞서가는 의료ICT 강국으로 거듭나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은 생존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김용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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