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만기친람' 부동산정책

입력 2018-01-31 17:30   수정 2018-03-19 12:11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연초부터 정부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부동산 대책으로 야단법석이다. 틈만 나면 ‘주택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한 깨알 자료를 쏟아내는 바람에 관련 업계와 수요자들로부터 반발과 구설에 휘말렸다. 배경에는 ‘집값 안정화’에 대한 강박이 자리잡고 있다. ‘인위적 집값 잡기’는 신기루다. 모르지 않을 텐데도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탓에 스텝이 꼬이고 있다. 이쯤에서 방향을 수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더 달리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뜬금없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부과 금액 예측 결과’를 공개했다. ‘지나친 친절 자료’의 대표 사례다. 정확성과 신뢰성 모두에서 논란이 많을 내용이었다.

반복되는 '집값 잡기' 대증요법

서울 주요 재건축 대상 단지 20곳을 살펴보니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평균 1억6000만~4억4000만원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최고액은 8억4000만원을 내는 조합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대상 단지 주민들은 “정부가 재건축시장을 향해 근거 없는 황당한 협박을 한다”고 반발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정부가 개발이익 일부를 공익 목적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이익 발생 과정에 도로·행정 등 다양한 공공인프라의 기여가 있었다는 논리로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재건축 허용 시기 연장, 안전진단 기준 강화 검토를 불쑥 던졌다. 서울 강북권 노후 단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비판이 고조되자 한발 물러섰다. 재건축·재개발은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과 해당 지역을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개발 행위다. 개발 과정에서 집값 급등과 투기 유발, 임대시장 불안 등 국지적 부작용이 생긴다. 그렇다고 정부가 현미경을 들고 일일이 대책을 내놓는 일은 아니다. 개발이 끝나면 안정상태로 돌아온다. 부작용을 과장되게 부각해서 재건축·재개발을 약화시키면 모두에게 손해다. 해외에서는 국내 재건축·재개발 시스템을 부러워하면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민간 주택업계 및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와 성공적 사업 진행이 연구 대상이라고 평가한다.

'공정 프레임' 고민할 때

정부는 이제라도 무리한 집값 잡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인위적 집값 안정’은 성공하건 못하건 후유증을 유발한다. 강력한 패키지 규제를 투하하면 집값은 잡힌다. 하지만 일시적이다. 억눌린 에너지가 나중에 폭발하면서 다시 급등한다. 과거 정권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정부는 집값과 민간주택 공급을 시장에 맡기고, 공정과세와 안정적 공공주거 공급·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한다. 국지적 집값 등락에 정책이 춤을 추는 프레임은 끝내야 한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세수도 늘어나고 이를 통해 공공주택 확대와 체계적 관리, 청년과 젊은 층에 대한 저렴한 주택 제공 등 국가적 주거 안정 체계를 갖춰 나가야 한다.

인위적으로 집값을 찍어누르면서 세금까지 늘리겠다는 발상은 무모하다. ‘징벌적 과세’ ‘세금 폭탄’ 등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조세저항이 유발될 수 있다. 정책은 공정해야 한다. 그동안 갖은 핑계를 대며 애써 공정을 무시해왔다.

수요자·공급자들도 공정에는 익숙지 않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시장의 초고속 성장에서 많은 수익을 얻었지만, 공정과세납부에는 인색해온 탓이다. 현재 주택시장 흐름 정도면 정부나 시장이나 조금 여유를 갖고 선진국형 프레임을 고민해도 될 것 같다.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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