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규제 폭주' (하)] 최운열 의원 "뉴스 나오면 다음날 법안 뚝딱 발의"

입력 2018-01-31 18:54   수정 2018-02-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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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환 기자 ] 여당 초선의원이 본 부끄러운 입법부

국회의 법안 발의 절차와 입법 과정이 갈수록 허술해지고 있다. ‘붕어빵 법안’ ‘날림 법안’ 등의 잘못된 관행이 20대 국회 들어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쪽에서는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 초선의원들이 털어놓은 입법 과정은 ‘요지경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슈되는 법안 선점 경쟁
법은 하나의 규제인데 '날림 입법' 정말 위험한 일
상임위 상시적 운영 필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대부분 의원이 법안의 세부 내용까지 잘 모르고 처리한다”며 “자기 상임위원회 소관은 수박 겉핥기라도 하는데 다른 상임위 소관 법안은 본회의장에서 그냥 리스트만 쭉 보는 정도”라고 전했다. 최 의원은 증권연구원장(현 자본시장연구원장), 서강대 부총장을 거쳐 20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최 의원은 의원들의 무성의한 법안 발의 행태를 질타했다. 그는 “오늘 뉴스가 나오면 그다음날 법이 ‘뚝딱’ 하고 발의되는 경우도 있다”며 “일단 법안부터 내고 문제는 나중에 상임위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 의원은 “다른 의원실에서 붕어빵 찍어내듯 법안 제안서를 들고 의원실 문을 두드리곤 한다”며 “의원실 간에 이슈가 되는 법안을 서로 선점하려 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화재 참사 직후 소방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된 것도 이런 관행 탓이다.

최 의원은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입법으로 보완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긴 한데 어떻게 법을 바로 다음날 만들 수 있나.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은 하나의 규제다. 규제를 완화한답시고 법을 10개 없애도 20개 법이 새로 생기면 규제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상임위의 부실 심사 행태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무턱대고 법안을 발의하고서는 심사는 제대로 안 한다”며 “상임위가 한 번 열리면 100개, 200개 법안을 모아놓고 몇 시간 만에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 개씩 쌓아놓으면 피상적으로 판단하고 통과시키기 쉽다”고 우려했다.

부실 심사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국회 상시 운영을 제안했다. 최 의원은 “매달 상시적으로 상임위를 열어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다”며 “국회법에 국회의 상시적 운영을 명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 개인별로 물어보면 모두 공감하는데 관련 법 개정은 좀처럼 안 되고 있다”며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최 의원은 “지역구 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바쁘다”며 “제대로 된 법안 심사를 위한 해법은 지역구 의원을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앉아서 생각할 수 있는 의원이 많아야 하는데 지역구 의원은 현실적,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의원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의원은 “언론이 의원 평가 때 법안 발의 수만 고려해선 안 된다”며 “법안을 놓고 진짜 이 법이 국가와 사회를 질적으로 변화시킬지를 따지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구를 몇 개 고친 법안도 하나, 정말로 수개월, 1년씩 고생해 만든 법안도 하나로 평가받는다”며 “그러니까 의원들도 쉽게 생각하고 법안을 발의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사진=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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